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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오토바이 49대 뒤처리 술술술∼, 판매상 장물확인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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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억력이 뛰어난지 훔친 물건을 어느 가게에 팔았는지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대구시내 오토바이 판매업자 28명이 무더기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대구 전역을 돌며 오토바이를 훔친 범인이 장물을 처리한 가게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 범인의 뛰어난 기억력 덕분에 경찰은 사건을 손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18일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로 K(32)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12일 오후 남구 대명동의 한 건물 앞에서 L(42) 씨가 오토바이를 세워둔 채 음식배달을 간 사이 이 오토바이를 훔치는 등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같은 수법으로 49대(6천200만원 상당)의 오토바이를 훔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불과 6개월여 만에 49대의 오토바이를 훔친 것도 놀랐지만 범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K씨의 기억력에 또 한번 감탄했다. K씨는 메모하지 않았는데도 훔친 오토바이를 처분한 업소를 빠짐없이 기억했고, 경찰에 이를 모두 진술했다.

이 때문에 J(27) 씨 등 28명의 오토바이 판매상들은 17일 경찰서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고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조사를 받은 오토바이 판매상들은 하나같이 "K씨가 워낙 치밀하게 물건을 판매해 훔친 오토바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억울해했다.

오토바이 판매상 L(39) 씨는 "K씨가 다리를 절며 사고를 당해 오토바이를 팔겠다고 말하더라"며 "너무나 자연스런 행동에다 신분증을 제시하기에 훔친 오토바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이 오토바이 판매상을 무더기로 조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구 인교동의 '오토바이 골목'에서는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장모(65) 씨는 "예전에 장물인 줄 모르고 오토바이를 산 적이 있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며 "혹시나 K씨가 우리 가게에도 오토바이를 팔았는지 장부를 확인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수십 개의 물건을 훔쳐 처분하면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 경찰이 사실을 확인하는데 며칠씩 걸리곤 했다"며 "K씨의 기억력이 워낙 뛰어나 사건을 쉽게 마무리짓고 장물 오토바이를 회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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