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 방가!'(2010년)는 웃기는, 혹은 웃기려는 영화다. 그냥 한바탕 웃자는데, 시시콜콜 시시비비를 따지자고 덤벼드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긴 하다. '취업의 달인 나가신다! 취업을 위해 부탄인 방가로 무한 변신 성공! 눈물겨운 좌충우돌 코믹 분투 불타는 취업 성공기가 시작된다!' 아예 명토 박아 내건 선언처럼 엎치락뒤치락 웃음판답게 이야기는 단순하고도 유쾌하다.
문제는 바로 '눈물겨운'이라는 대목에서 제각각의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착한 웃음으로 현실에 접속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고민하는 웃음과 신파의 협연'이라는 격려부터 '거칠고 언짢아도 현실은 현실', '말랑말랑한 감상주의로 포장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라는 걱정까지. 그 사이로 '촌스럽지만 선한 영화', '참 착하다. 혹은, 너무 착하다'라는 격려 어린 걱정과 '열심히 만들었군요. 잘되길 빌게요'라는 걱정스런 격려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노동현장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흉흉한 소문은 내국인들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훨씬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거의 엽기소설 수준이다. 이를 충무로 코미디로 옮기면서, 점차 명랑동화를 거쳐서 자칫 맹랑한 만화로 빠지는 건 아닌가라는 조바심은 어쩔 도리가 없다.
악역을 자처하는 공장 책임자도 못된 손버릇 말고는 의외로 어수룩하기 짝이 없다. 일방적인 주말근무를 항의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족구시합으로 결정짓자고 제의하고는 함께 어울린다.
그동안 적립해둔 노동자들의 돈을 돌려달라는 아우성 앞에서 풀이 죽은 채 순순히 응하는 꿈같은 광경도 벌어진다.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는 평화롭고도 즐거운 노동자들의 시위 행렬은 마침내 노래방으로 이어지고, 사기꾼의 꾐과 고자질로 잡혀 들어간 유치장에서 울려 퍼지는 하모니는 가히 천국의 풍경이다.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상황이나 경제적 상황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친근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코미디영화로 봐주었으면 좋겠다"라고 감독은 말한다. 조금만 더 깊이 보여주고 싶은 불편한 진실과 좀 더 많이 보아주는 편안한 이야기 사이의 줄다리기 혹은 줄타기의 곤혹스러움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쩜 같은 사람끼리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라는 마땅한 분노나 질타만큼이나, "그들도 우리와 함께 웃고 울고, 노래하는 이웃이었구나!"라는 은근한 깨달음과 부끄러움도 소중하다. "방가? 방가!"라는 착한 인사에 "참말로 반가웠는가? 진짜로 반겨야겠네!"라고 답을 한다, 이제야 비로소.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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