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30일 지방 민심에 '칼'을 꽂았다. 동남권 주민들이 2년여 동안 목놓아 외치고, 공들였던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동안 신공항 유치를 위해 헌신한 이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박광길 밀양 신공항 추진단장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지난해 6월부터 대구'경북'울산'경남 4개 시'도를 이끌며 밀양 신공항 유치에 앞장선 박광길 밀양 신공항 추진단장은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후 성명을 발표하고 그동안 추진단을 믿고 따라준 시'도민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되자 주변에서는 '수고했다'며 추진단을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저나 추진단보다 지역민의 실망감이 더욱 크실 겁니다."
박 단장은 "정부가 백지화를 발표했다고 동남권 신공항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며 "대선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포기하는 현 정부가 정신 차릴 때까지 추진단은 정부를 규탄하고, 신공항 유치를 재점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철환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특별위원장
"5개 시'도 모두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에 놀아난 꼴입니다."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특별위원회 오철환 위원장은 실망감 가득한 목소리로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경북'경남 등 각지를 동분서주하며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과 밀양의 적합성을 홍보해 왔다. 오 위원장은 "어느 나라가 국책사업 선정 1순위로 '경제성'을 두고 하느냐"며 "당장 이익이 없더라도 앞으로 30년, 40년 뒤를 내다보고 국민을 위해서 앞장서는 것이 정부의 기본 책무다"고 분개했다. 신공항 유치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 위원장은 "현 정권에서 안 된다면 정부 규탄대회와 심판을 통해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주열 신공항 결사추진위원장
강주열 신공항 결사추진위원장은 삭발과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까지 해가며 동남권 신공항 유치에 앞장섰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는 시민들로 결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정부에 대한 압박과 호소를 하며 신공항 유치활동을 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강 위원장은 "좋은 결과를 받아들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허탈한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며 "오류투성이인 국토연구원의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신공항을 백지화시킨 정부는 지방을 살해한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 위원장은 "수도권 중심주의가 빚어낸 신공항 백지화는 한국 역사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단식투쟁을 계속해 펼치고 5개 시'도민 성금모금을 해서라도 정부의 결과를 뒤집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순천 대구시의원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해 여성임에도 삭발 투혼까지 보였던 정순천 대구시의원은 신공항 백지화 발표 소식을 듣고 왈칵 눈물부터 쏟아냈다.
정 의원이 삭발까지 해가며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에 앞장선 데는 '메디시티 대구'에 대한 신념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위해선 의료'제약 기업이 원하는 국제 공항이 필수다"며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백지화했지만 단순히 공항 수요가 아닌 대구, 경북, 경남지역 경제 발전을 염두에 둬야 했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사탕을 누구에게 줄까 하다 아무에게도 안 주고 버린 꼴이 돼버렸습니다. 정부의 행태를 보며 이제 누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지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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