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하자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정부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
◆ "정부 못 믿겠다"
정부의 결과 발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시민들은 지역민을 우롱했다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민수(28) 씨는 "정부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신공항이 건설되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장점도 많았을 텐데 지역의 미래를 봐서도 이건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등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다. 회사원 김모(38) 씨는 "신공항이 건설되지 않은 것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백지화를 발표한 정부의 태도다. 4대강살리기사업은 아무리 혈세가 많이 들어도 '공약'이라고 밀어붙이면서 신공항은 '경제성'운운하며 밀양과 가덕도 둘 다 없던 일로 만들었다. 현 정부가 지금까지 지역 발전을 위해 두팔 걷고 나선 적이 있느냐"며 정부를 성토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만약 밀양과 가덕도 중 한쪽 손을 들어줄 경우 현 정부의 지지층인 영남에서 선택받지 못한 편이 이탈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놓은 '정치적 결정'이다. 정부는 '국익'을 내세우며 둘 다 불합격시키는 것이 향후 대선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밀양과 가덕도로 갈라져 싸우는데 지금까지 이를 바라보기만 한 정부의 태도는 '닭싸움 실컷 붙여놓은 뒤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지역 갈등만 부추겨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의 현실을 외면한 채 수도권 중심의 결정을 내린 중앙정부의 논리에 지역민들 모두가 속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구YWCA 박선 사무총장은 "우리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지지한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동남권에도 제대로 된 국제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정부는 지역과 수도권의 상생 발전을 무시한 채 백지화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현 정부에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구시새마을회 이동익 사무처장은 "공항 유치를 위해 온 도로에 플래카드를 붙이며 부산을 상대로 공항 유치 경쟁을 벌였고, 결국 지역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이 상처를 정부가 봉합할 수 있느냐"며 "처음부터 신공항 건설에 대한 가능성을 정부가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싸움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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