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 역사…스포츠 종목 넘어선 '민족의 상징'

마라톤은 우리나라 근대 스포츠 역사와 함께한 '세계 최강' 종목이었다. 하나의 스포츠 종목을 넘어선 민족의 상징적인 스포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마라톤 최초의 공식 기록은 일제강점기였던 1927년 10월 15일 마봉옥이 조선 신궁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세운 3시간29분37초다. 마봉옥은 이듬해 기록을 2시간57분34초까지 단축하며 최초로 3시간 벽을 돌파하는 마라토너로 이름을 남겼다. 이어 3년 뒤인 1931년 김은배는 조선 신궁대회에서 2시간26분12초로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우며 한국 마라톤을 세계적 수준으로 수직 상승시켰다. 김은배는 한국 육상선수로는 처음으로 권태하와 함께 1932년 LA 올림픽에 출전해 6위를 차지했다. 또 김은배가 신의주에서 양정고보로 스카우트한 손기정은 1935년 제1회 조선 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2시간25분14초로 역시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우며 김은배의 기록을 갈아치웠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29분19초, 올림픽 최고기록으로 세계를 제패하며 한국마라톤의 큰 획을 그었다.

한국 마라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윤복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5분39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했고, 1950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나란히 1, 2, 3위를 독식했다. 그 뒤 30, 40년간의 침체기를 거쳐 황영조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이봉주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한국 마라톤의 맥을 다시 이었다. '봉달이' 이봉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등장한 지영준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입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 현재 한국 마라톤 최고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도쿄 마라톤대회에서 세운 2시간7분20초다.

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