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정행위로 얻은 의사 면허 부끄럽지도 않나

의대생들과 의대 교수들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 문제를 조직적으로 유출해 오다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10여 년 전 전국 의대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 의대 4학년 협의회'(전사협)를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시험을 앞둔 의대생들에게 출제 문제를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는 수법으로 합격률을 높인 것이다. 이런 부정한 방법으로 손쉽게 면허를 취득한 의사들이 한둘이 아니라니 말문이 막힌다.

이들은 의사 국가시험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 시험이 한날 한시에 실시되지 않고 하루 60∼70명씩 50여 일 동안 장기간 치러지는 점을 노려 홈페이지에 출제된 문제 전부를 수험생들에게 공개하는 부정행위를 해온 것이다. 협의회 홈페이지는 의대생들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0년도 의사 면허 실기 시험 응시자 3천300여 명 중 80%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문제를 미리 알고 시험을 봤으니 아예 땅 짚고 헤엄친 격이다. 시험 문제를 주도적으로 유출하거나 관련 글을 올린 의대생만도 6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의사 국가시험은 의사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전문 의료 지식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자격을 주는 제도다. 정당하게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아야 할 의대생들이 이렇게 부정한 수법으로 면허를 취득했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시험 내용을 미리 알려주며 부정행위를 도운 교수들까지 있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사법 당국의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자 모두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국가시험의 권위와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차제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