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대학진학적성검사의 방향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1980년대 '귀가 시계'라고 불리면서 인기를 누렸던 TV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사형을 앞에 둔 박태수가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친구 강우석에게 이런 대사를 남긴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구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하나는 너처럼 살구 하나는 나처럼 산 거야"라고. 드라마를 본 후에도 아주 긴 시간 내 뇌리 속에는 이 대사가 기억되어 있었다. '그 다음이 문제'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갑자기 해묵은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한 것은 바로 그 말이 현재 나의 마음을 가장 진실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7일 경북대학교 2012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2012학년도 입시부터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그동안 논술을 준비해 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수험생의 잠재력과 학업능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대학진학적성검사(AAT)를 실시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인문사회계열 AAT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친 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인문사회 계열 관련 제시문을 주고, 이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 제시문의 내용과 관련된 비판적'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단답형 또는 약술형 문제를 출제한다고 했다. 또한 자연과학계열은 교과목에 나오는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고 했다.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언론의 관심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5월 중순에 발표하겠다고 한 예시문항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재단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발표한 내용 그대로를 믿는다면 갑작스런 논술폐지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라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역시 '그 다음이 문제'다. 경북대의 발표가 있고난 다음, 많은 전화를 받았다. 질문은 대부분 AAT가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미 말했지만 구체적인 문항을 아직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발표한 내용을 참고한다면 AAT의 전체적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 비판적'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 등의 표현은 논술고사의 궁극적인 방향과 일치한다. 단지 단답형이나 약술형이라 해서 지금까지 요구했던 1천600자 이상의 논술문과는 형식적으로 다름을 분명히 했다. 또한 경북대는 AAT의 목적을 지식기반사회에 부응하는 통합적이고 논리적인 사유를 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 독서와 토론 등을 통한 사고능력의 배양으로 정했다. 이것도 논술교육이 추구하는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그 부분은 그동안 많은 대화를 나눈 경북대 입시 담당자의 생각과도 일치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논술고사를 위해 차분히 준비한 학생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제도라는 것이다. AAT 모형을 개발하고 있는 경북대 AAT 모형개발연구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발표된 내용에 맞게 문항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수험생들의 혼란은 다시 가중될 것이며 그 틈새를 잘못된 정보로 무장된 일부 사교육이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수험생들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AAT로 선발하는 인원은 1천107명으로 작년의 논술 전형으로 선발하던 숫자의 두 배에 가깝다. 지금까지 논술을 준비했던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논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작성하는 답안 길이의 차이는 있지만 1천600자 이상을 준비했던 학생들에게는 짧은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훨씬 쉬울 수가 있다. AAT 예시문항이 구체적으로 발표된 이후에는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이나 각 학교 논술교육 동아리에서도 경북대 AAT에 대비한 문항 개발과 더불어 바람직한 대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AAT는 11월 19일에 실시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그때가 되어서야 급작스럽게 준비하느라 사교육에 기웃거리지 말고, 토요논술학교나 학교 논술 동아리를 활용한 논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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