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보기] 뮤지컬 배우, 연극무대에 서다

다양한 배역과 깊이 있는 연기 경험으로 탄탄한 실력 쌓기 기회

최근 들어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 영화배우들의 연극 진출, 뮤지컬 배우들의 영화 진출 등 배우들 간의 장르 파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 가운데 하나로 뮤지컬 배우들이 연극무대에 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의 연극무대 도전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연극으로는 보기 드물게 관객동원에 성공한 '거미여인의 키스' 출연진을 살펴보면 개그맨에서 뮤지컬 배우로의 변신에 성공한 정성화를 비롯해 최재웅, 박은태, 김승대 등 4명의 출연배우 모두가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오만석과 이건명, 조정석은 연극 '트루웨스트'로, 전문 뮤지컬 배우 1세대로 불리는 최정원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그린 연극 '피아프'로 연극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남경읍, 남경주 형제가 연극 '레인맨'으로 한 무대에 서기도 했었다. 뮤지컬 배우의 연극진출은 아이돌 가수의 뮤지컬 진출처럼 대외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지만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왜 뮤지컬 배우들은 연극무대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연예술 가운데 뮤지컬이 가장 인기 있는 장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고 배우의 입장에서도 관객들로부터 사랑받는 뮤지컬이 매력적인 장르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라이선스 중심의 뮤지컬 무대에서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다양한 배역의 연기와 깊이 있는 연기 경험을 쌓기 위해 연극무대를 찾게 되는 것이다. 뮤지컬이나 연극에 있어서 연기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노래와 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뮤지컬과 대사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극은 장르의 특성상 배우와 관객 사이의 소통방식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뮤지컬에는 노래와 춤이 대사를 대신하는 부분이 많아 감정과 내용의 전달 역시 노래와 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드라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연극은 핵심요소가 연기이고 신체의 언어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뮤지컬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연극은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를 연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뮤지컬에 익숙한 배우일수록 음악과 춤이라는 비밀병기(?)의 도움 없이 오로지 배우의 연기력과 분석력, 집중력으로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 연극무대 도전은 연기력에 대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연극의 경우 오로지 배우의 긴 호흡과 내면연기로 한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므로 연극무대의 경험은 배우로서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뮤지컬 배우의 연극 진출은 배우 인프라의 구성과도 맞물려 있다. 뮤지컬 시장의 성장으로 넓어진 뮤지컬 배우의 인프라가 뮤지컬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연기의 정석'을 배우기 위해 다시 연극으로 흘러들어 온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연극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진출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뮤지컬 배우들이 채운다는 발언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뮤지컬 배우의 연극무대 진출은 반가운 일이다. 뮤지컬계에서 검증받은 배우들인 만큼 티켓 파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장르 간 영역 파괴와 장르 간의 교류, 그리고 이에 따른 배우들의 다양한 장르 진출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뮤지컬 배우를 연극무대에서 만나는 일도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기심으로 내가 안 해본 장르에 도전해보겠다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으로 연극무대를 선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배우로서 많은 것을 얻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전천후 배우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진지하게 연극무대를 선택할 때 두 장르에 모두 이로운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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