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흥행기록을 세우며 한국 뮤지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해외 라이선스(license) 뮤지컬'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뮤지컬 상당수가 라이선스 뮤지컬이며 국내 대형 뮤지컬 제작사 역시 대부분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하는 회사이다. 또한 뮤지컬 배우나 스태프들도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된 라이선스 뮤지컬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란 해외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사와서 우리말로 공연하는 뮤지컬을 말한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계약 조건에 따라 음악과 가사, 안무, 무대세트까지 작품 원형 그대로를 국내에서 재현하는 방식과 음악과 대본 등 작품의 핵심부분에 대해서만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국내 상황에 맞게 원작을 수정, 각색해서 제작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 '맘마미아'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지킬앤하이드' '삼총사'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라이선스 공연과는 달리 해외에서 공연되었거나 공연 중인 작품을 원형 그대로 가지고 내한하는 것을 오리지널(original) 공연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한공연이라고 해서 다 오리지널 공연은 아니다. 해외 투어버전은 제작진과 배우, 무대세트가 원작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엄격히 따지자면 '원작의 연출가, 안무가, 음악감독 등 주요 제작진이 참여하거나 원작의 주연배우가 출연한 경우 그리고 무대세트가 그대로 적용된 공연'을 오리지널로 볼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지킬앤하이드' 내한 공연은 한국과 호주의 제작진이 원작자와 저작권 계약을 한, 또 다른 방식의 라이선스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한국 뮤지컬 시장을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고 특히 국내 뮤지컬 인프라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외국에서 공연의 많은 부분을 빌려온다고 하더라도 많은 한국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배우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 스태프가 주가 되어 외국 스태프와 협력하는 경우, 외국 프로덕션 개입 없이 한국 자체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경우 등 제작 방식은 달라도 상당수의 한국 스태프가 참여하게 된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역할이 단순히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장으로서도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작뮤지컬 제작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화문연가'의 이지나 연출이나 김문정'박칼린 음악감독 등이 라이선스 뮤지컬로 시작해서 다양한 창작뮤지컬의 제작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역기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유명한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 제작사들 간의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앤드의 흥행 뮤지컬이나 신작은 물론 오프 브로드웨이와 프랑스, 체코 등 유럽 뮤지컬까지 국내 제작사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과당경쟁으로 저작권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 지불하는 로열티를 높이고 공연 흥행과 관계없이 미리 예상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불하는 선급금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10~12%이던 로열티가 15~20%까지 뛰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한 제작사가 라이선스 협상을 하고 있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후 협상이 결렬되면 협상에 임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다. 국내 제작사도 힘을 합쳐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두고 벌어지는 공방전과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성패도 작품의 유명세나 규모가 아니라 '관객들이 사랑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드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제작사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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