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불청객인 황사가 찾아왔다. 하늘을 누렇게 뒤덮어버리는 중국 대륙에서 불어온 황토 먼지들. 일본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을 때 황사는 북서풍임을 알려주는 신호이기에 이번 황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황사는 우리 일상의 리듬을 일그러뜨리는 불청객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년으로 기억된다. 황사가 심한 요즘과 같은 봄날,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서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주차공간이 많지 않은 교회이기에 차를 가져가기도 망설여지고 너무 가까운 곳이기에 택시 타기도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걸어가기로 했다. 막상 나가 보니 하늘이 온통 뿌옇고 길거리에 사람도 거의 없고 드문드문 걷는 사람들도 온 얼굴을 가리고 걷는데 나만 용감하게 맨 얼굴로 걷고 있는 게 아닌가. 기분 때문에 그런지 왕복 20분 정도 걸었을 뿐인데 내 수명이 몇 년 단축된 것 같고 머리도 아프고 그날 밤부터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앓아누워버렸다. 평소에 감기 한 번 잘 안 걸리기에 황사 또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무식하게 거리를 활보하였다가 제법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알고 있다시피 황사에는 마그네슘, 규소, 알루미늄, 철과 같은 산화물이 포함돼 있고, 알 수 없는 병균도 섞여있는 먼지바람이다. 물론 그 농도에 따라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긴 하지만 감기환자 및 면역력이 낮은 노인들과 이이들은 쉽게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일반인들도 호흡기질환 및 안구질환 그리고 피부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조금만 준비된 자세로 맞이한다면 크게 어려움 없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황사가 심할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황사에 노출 됐을 때는 쌓인 물질을 원활히 배출하면 된다. 외출할 때는 보안경과 마스크로 신체를 보호하고 외출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물을 마셔서 신체에 쌓인 황사 속 해로운 물질을 배출해 낸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에 정보들이 많아서 황사에 대처하는 방법들도 소상히 소개되어 있다.
한때는 돼지 삼겹살이 황사를 배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뉴스에 삼겹살이 많이 팔린 적도 있었지만 근거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황사예방법으로, 중국과 몽골지방에 나무와 풀을 심는 운동에 우리의 작은 힘을 보탠다면 점점 심해지는 황사에 조금이나마 근본적인 도움이 되어 미래에는 황사 없는 봄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희경<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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