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도 허각" 2만명 인간 띠… '슈퍼스타K3' 대구 예선

안동 포항서 새벽부터 줄…참가번호표 받는데 3시간

'스타 선발 공개 오디션'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슈퍼스타 K3' 대구경북지역 오디션에 2만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 행사장인 대구체육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8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실내체육관. 10대 청소년이 체육관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고성을 질렀다. 20대 중반의 남성은 바닥에 앉아서 통기타를 치며 자신의 노래에 몰입했고, 한 여고생은 천장을 바라보며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다가 친구에게 "이 부분 어때?"하며 자문을 구했다.

출연자와 함께 온 사람들이 더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중생 딸을 따라온 40대 여성은 화장품을 손에 들고 딸의 얼굴과 머리를 열심히 고쳤다.

이곳은 케이블채널 TV엠넷의 '슈퍼스타K3' 대구 지역 예선 현장. 전국에 '가수 오디션 신드롬'을 일으킨 슈퍼스타K3는 지난달 부산과 제주 예선에 이어 이날 대구를 찾았다. 우승자는 가수 데뷔 기회뿐 아니라 5억원의 상금도 거머쥔다. 엠넷에 따르면 대구에서 1차 예선을 통과한 참가자는 총 2만여 명. 이들을 평가하기 위해 체육관에는 14개의 부스가 차려졌다.

이들 중 가수 데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명이다. 예선 시작 1시간 전부터 체육관 안에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모습으로 열기가 넘쳤다.

예선 시작 시각이 오전 10시였지만 참가자들은 새벽부터 500m가 넘는 '인간 줄'을 만든 채 입장을 기다렸다.

줄 제일 앞에 선 김원삼(20'경북 안동시 운안동) 씨는 "어젯밤 안동에서 올라와 체육관 근처에서 잠을 잔 뒤 새벽에 나왔다. 직접 만든 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날 준비된 좌석은 6천 석이었지만 참가자들을 수용하는 데는 태부족이었다. 경산에서 온 이민진(15) 양은 "오전 11시에 도착했는데 참가 번호표를 받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 예선을 보기도 전에 지쳐버렸지만 끝까지 힘을 내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예선에 참가한 중학생도 있었다. 이정은(14'대구 동구 입석동) 양은 "엄마가 오디션에 대비해 예쁜 원피스도 사주고 새벽부터 일어나 화장도 해줬다"며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본선에 진출해 카네이션보다 더 큰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양미영(39) 씨는 "딸이 본선에 진출하면 좋겠지만 못해도 상관없다. 오늘 하루 딸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했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며 지원한 이들도 있었다. 가수 신승훈의 '우연히'를 기타 연주로 편곡해 연습 중이던 이원섭(33'포항시 흥해읍) 씨는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다 가수의 꿈을 품게 됐다. 본선에 올라가 순위권에 든다면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한편 TV엠넷에 따르면 대구대회 본선 진출자는 16일 발표되며, 오는 8월 12일 첫 방송 예정이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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