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지역밀착형 스타정치인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 싸움구경이라고 한다. 선거도 이에 못지않다. 그만한 볼거리(?)도 없다. 술자리에서는 최고의 술안주가 되고 '누가 당선될까'를 두고 내기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이런 선거의 참맛을 잊은 지 오래다. 결과가 너무 뻔해서다. 특정 정당의 독식 구조가 뿌리 깊게 이어져 오고 있어, 생전 처음 보는 얼굴에도, 처음 듣는 이름에도 특정 정당 간판만 달고 있으면 표가 몰린다.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선거 결거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이런 현실은 지역민들에게 불운 내지 불행에 가깝다.

선거가 재미있기는커녕 시들시들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흥행 실패다. 특히 '스타급' 정치인의 부재는 이 같은 흥행 불발의 주요인이다. 선거가 주목받으려면 후보 간 정책 대결도 중요하지만 이슈를 던지고 경쟁하는 사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관심을 받는 인물이라면 이슈가 시원치 않더라도 흥행성은 충분하다. 매스컴에서도 외면할 수 없다. 이런 인물이 지역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런 흥행 카드를 가진 적이 별로 없다. 최근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당사자들의 기분이야 나쁘겠지만, 정말 그저 그렇고 그렇다. 도토리 키재기다. 지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서울의 실세들에게 눈도장을 잘 찍어 공천을 받고 내려오는 후보들이 다수였다. 이들은 몇 년 있다가 서울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무늬만 대구경북이지 그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은 서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거는 침체된 대구경북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카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과 달리 선거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의 대상도 아니었다. 동네를 진정으로 대표할 만한 대표선수도 부족했다. 매번 선거 때마다 거의 같은 정당에 비슷한 지지율을 보내다 보니 정당도 유권자도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는다. 결국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대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위천공단, 고속철도 지하화, 신공항 등 지역의 사활을 건 이슈가 있을 때마다 번번이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 줄 '능력 있는' 정치인의 부재 내지 부족을 실감했다. 그럴 만한 위치에 있었던 힘 센 인물들은 몇몇이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그들의 안중에는 지역이 없었다.

그래서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지역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는 정치인들을 지역 스스로 키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거물급이고 스타성을 가지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경북은 경남 김해을 재보궐선거 결과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지'라 불리는 김해는 김태호라는 젊은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지방의원 출신으로 군수와 도지사까지 초고속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 배경에는 중앙 정치 무대가 아닌 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의 유권자들이 키운 '성장성 높은' 기대주다. 지난해 8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중도 하차했으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에서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해 유권자들의 선택은 김태호 개인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김태호 의원이 지역 사정에 밝고 지역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흥행에서도 대성공이었다. 서울서 성장한 뒤 지역에 내려오는 기존의 정치인 데뷔 코스를 역행한 모델이다. 그럼에도 김태호는 서울에서도 주목받는 인물로 성장했다. 대구경북도 이런 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히 대구경북에서도 이 같은 '지역 밀착형' 정치 스타 탄생이 준비되고 있다. 이달 중으로 정치 신인들을 위한 언론사가 주관하는 최초의 정치 아카데미가 열린다. 강사진 또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여야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강사로 나서고 대한민국 대표 정치인들이 논객으로 나선다니 차기 정치인들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은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지역민들의 꿈이 곧 제 꿈'인 지역의 예비 정치인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창희(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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