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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골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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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 신록이 비단결 같은 어느 명문 골프장. 70대 노익장들의 모처럼 라운딩에 짜증과 불만이 배어 나왔다. 앞 팀의 진행이 눈에 띄게 느려 경기의 흐름을 망쳐 놓은 것이었다.

"아직은 한창나이인 것 같은데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보다 못한 한 노인의 볼멘소리에 캐디가 대답을 했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행세깨나 하는 4형제인데요. 오늘 라운딩에서 진 사람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답니다…."

골프스타 최경주가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자 경향의 각 언론들이 앞다투어 대서특필했다. 하긴 2008년 1월 소니 오픈 이후 3년 4개월의 슬럼프를 딛고 이루어낸 우승인데다, 상금 규모 또한 171만 달러(약 18억 7천만 원)로 한국 스포츠 선수가 단일 대회에서 받은 최다 금액이니 오죽하겠는가.

골프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가 이처럼 관대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세기 끝자락까지만 해도 골프 보도를 금기시했다. 골프를 '귀족 스포츠'로 치부해온 시각과 인식 때문이었다. 골프가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등록되었어도 매스컴의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같은 완고한 입장이 박세리의 슈퍼 나이스샷 한 방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볼을 멋지게 쳐올린 끝에 우승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는 IMF 환란으로 위축되어 있던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과 감동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언론은 골프에 지면과 화면을 무제한 개방하며 박세리, 최경주, 김미현, 박지은, 양용은, 미셸 위, 신지애 등 세계 정상급 골프 스타들의 활약상을 경쟁적으로 보도해 왔다. 이제는 차라리 '과열'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골프 인구도 급증했고 골프장 또한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다. '골프 대중화'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니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그러나 골프는 여전히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운동이다. 게다가 온 매스컴이 법석을 떨며 열풍을 일으킬 만큼 우리 사회가 골프에 관해 경제적, 정신적으로 성숙했는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골프란 에티켓을 으뜸으로 내세우는 신사 운동이 아닌가.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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