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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절대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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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인 듯 가보면

아주 멀리 있다, 멀어서

눈 돌리면 어느 새

가까이서 손짓한다

?

무술의 고수는 봤어도 연애 고수는

첨이다 뭇여자들, 그래서

옆을 떠나지 못한다 아니,

거미줄처럼 쳐놓은 감언에 걸려

감히 도망칠 수가 없는 거다

곁을 떠나는 순간

나도 고수가 될 텐데

?

진정,

떠난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얗다

눈길 닿는 곳마다

불에 덴 것 같은 상처로 남을 테니

 

황명자

이 시(詩) 방금 도착한 노란 시집에서 만났는데요. 남과 같아서는 절대 고수가 될 수 없죠. 뭇 여자들, 여자를 버리는 순간에 진실로 여자가 된다는 걸 알까요? 묶여서 전전긍긍하는 동안 상처 난 가슴들에 다시 생채기를 내면서도 그 현실을 떠나지 못하는 감언은 무언가요.

과감히 곁을 떠나는 순간 고수가 될 거라는 시인의 말, 현답입니다. "혼자 있으십시오. 은총이라고 할 만한 명상 속에 머무르십시오." 이것은 글렌굴드가 마지막 연주회 이후 한 치도 어김없이 실천에 옮겼던 고독의 의무였다고 미셸 슈나이더가 회고한 글이죠.

'절대 고수'란 낱말의 강한 의미와 마지막 연, 화자의 염려를 어떻게 보셨나요? 떠나서 혼자가 된다는 건 상처가 아니에요. 극복이고 성장이에요. 가다가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거기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일지 생각해 보세요. 혼자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진실을 위해 시인은 더구나 혼자여야 하겠지요. 그거 고수겠지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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