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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10배 즐기기]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다리 들기

완벽한 다리 들기의 사례를 보여주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반면 중심이 앞으로 쏠린 자세(오른쪽 위)와 뒤로 쏠린 자세(오른쪽 아래)로 균형이 무너진 투구 동작.
완벽한 다리 들기의 사례를 보여주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반면 중심이 앞으로 쏠린 자세(오른쪽 위)와 뒤로 쏠린 자세(오른쪽 아래)로 균형이 무너진 투구 동작.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캐치볼과는 성격이 다르다. 캐치볼은 공을 던지는 게 목적이지만 투수는 공을 때리려는 타자와 승부를 펼쳐야 한다. 만약 투수의 공이 위력이 없거나 제구가 되지 않으면 안타나 홈런, 볼넷을 내줘 위기에 몰리고 이는 곧 승패와 직결된다. 때문에 투수는 던지는 공 한 개 한 개에 모든 정성을 쏟아야한다.

13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야구는 1775년 미국으로 전해진 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재미있는 경기규칙과 다양한 기술을 만들어내며 효율성을 높였다. 투구 역시 공에 힘을 실어 위력적인 볼을 던지는 방법을 놓고 수많은 실험 끝에 모범답안을 만들어냈다.

다리 들기-스트라이드-어깨 회전을 이용한 공 던지기를 기본으로 투구 시의 자세, 몸의 중심 이동, 그립, 팔모양 등 효율적인 방법들을 찾아냈다.

힘을 모으는 과정인 투구의 첫 단계 다리 들기도 부드럽게 다음 동작으로 연결하는데 필요한 바른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메이저리그 톱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그 교본이 된다. 세 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마르티네스는 2006년 4월 어느 투수보다 높은 승률로 200승을 달성했고, 2007년에는 15번째로 3천 탈삼진 클럽에 가입했다. 180㎝의 키와 83㎏의 몸무게는 파워 투수로서는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프로 생활 초기 직구를 꾸준히 95~97마일(153~156㎞)로 던졌고 날카로운 체인지업과 변화구를 섞어 타자를 압도한데는 바로 투구의 시작 단계인 다리 들기부터 공에 힘을 싣는 게 탁월했기 때문이다.

다리 들기의 기본은 머리'척추'배꼽이 일직선인 상태를 유지하며 척추에 힘을 주어 머리와 몸통이 어느 한 곳으로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젖혀지는 등 균형이 한쪽으로 무너지게 되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투구 동작에 나쁜 영향을 주어 올바른 투구 동작을 할 수 없다. 투구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것이 된다.

일본 투수들을 보면 다리를 들고 난 후 잠시 또는 완전히 멈추었다가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균형과 자세를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러나 멈춤은 생성된 힘이 소멸되어 그만큼 힘 있는 투구가 힘들어진다. 전성기 때 박찬호는 다리를 높고 힘차게 들어 공의 속도를 높였다. 이 역시 균형과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도움말=류명선 계명대 야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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