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돈봉투' 발언, 남북관계 또 급랭

통일부 "북에 정상회담 구걸, 황당한 거짓말"

북한이 남북간 비밀접촉 내용을 전격 공개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남북 대결국면 상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북 측은 1일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대답을 통해 5월 9일부터 남북 비밀접촉을 가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북 측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북한의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기로 하고 대응을 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를 보고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황당한 거짓말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지만 남북관계를 고려해 청와대가 직접 대응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했다.

북 측의 이날 비밀접촉 공개는 남북대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책임을 남 측에 떠넘기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 측 내부의 갈등 유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6'15 공동선언 11주년을 앞둔 시점에 남남(南南) 갈등을 증폭시켜 대북정책의 궤도 수정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돈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았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이 같은 계산이 숨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분간 남한과 냉각기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완전한 단절 의지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성명과 같은 공식 입장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공개했다는 것은 우리 측 반응을 보겠다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은 북한의 행태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의 왜곡된 선전은 남북 관계의 신뢰를 허무는 것으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응은 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임기 말 깜짝쇼 방식의 접근으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며 "MB정권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않겠다고 해놓고도 뒤로는 정상회담 구걸 외교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비난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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