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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번 마음껏 봤으면…" 오늘 청각장애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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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용 자막 한국영화 볼 수 없어

청각장애인들이 2일 대구 달서구 용산동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이채근기자
청각장애인들이 2일 대구 달서구 용산동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이채근기자

일반인에겐 너무나 평범한 일상도 청각장애인들에게는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 어려운 사회적 여건 속에서도 전문인의 꿈을 키우는 청각장애인들이 있다.

◆바리스타를 꿈꾸며…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용산동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 1층. 바리스타 교육이 한창인 이곳에는 소리 대신 진한 커피향이 코를 찔렀다. 이곳 바리스타와 수강생들은 모두 손짓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청각장애인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4월부터 청각장애인 12명이 모여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수강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3시간씩 진짜 카페처럼 꾸며진 실습실에서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강사 류지덕(32) 씨가 모카라떼 위에 하트 장식을 만들며 설명하자 옆에 있던 통역사가 수화로 수강생들에게 전달했다. 수화 통역 때문에 일반인은 4개월 만에 끝낼 수업을 이들은 7개월 동안 들어야 한다. 하지만 수강생들은 속도에 집착하지 않고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임연화(43'여'청각장애 2급) 씨는 "집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서 남편에게 매일 커피를 만들어 준다. 원래 커피를 좋아해 항상 마시기만 했는데 직접 만들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하다"며 자신이 만든 커피를 내밀었다.

커피전문점 사장님을 꿈꾸는 수강생도 있다. 카라멜 마끼아또가 가장 자신 있는 메뉴라는 이지향(31'여'청각장애 2급) 씨는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실력이 늘면 동생과 함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 하종아 직업재활팀장은 "바리스타 학원을 알아보다가 포기한 청각장애인들이 여기서 수업을 들으며 무척 기뻐하고 있다"며 "앞으로 복지관 1층 실습실에 대구 최초의 청각장애인 커피전문점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 맘껏 보고 싶어

지난해 기준 전국 청각 장애인 수는 26만400여 명이지만 소수인 탓에 이들을 위한 배려는 부족하다.

올해 초 개봉한 한국영화 '글러브'는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의 도전을 다뤘다. 그러나 지역 영화관에서 열린 시사회에 초청된 청각장애인들은 크게 실망했다. 영화에 한글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내용을 잘 알 수 없었기 때문. 한 청각장애인은 "영화에 나오는 배우의 입 모양만 보느라 너무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청각장애인들이 살기엔 힘든 나라"라고 하소연했다.

청각장애인들이 한국영화보다 외국영화를 선호하는 것은 한국 영화는 자막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구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 오영석(청각장애 2급) 팀장은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해운대'를 극장에서 꼭 보고 싶었지만 자막이 없는 탓에 보지 못했다"며 "장애인도 사회적 불편 없이 잘 사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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