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 포항시장이 경북 동부 지역 소외론을 얘기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시키는 일화가 있다. 시장 취임 초기 포스텍(포항공대) 학생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다. 모인 학생들이 주로 수도권 출신들이라 '포항의 교육 인프라가 좋으니 후배들을 (포항에) 많이 오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그들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응답이 돌아왔다. "중국 베이징 가는 것보다 더 멀어서 오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부 지역은 서울을 기준으로 할 때 전국에서 가장 오지 중의 오지다. KTX 신경주역이 생기기 전까지 포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포항~김포공항을 이용하는 길이었다. 비행 시간 1시간, 도로 이동 시간 1시간 30분, 공항 대기 시간 20분 해서 2시간 50분 정도.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는 5시간가량 걸린다. 그러다가 지난해 KTX 2단계 개통으로 신경주역이 들어서면서 2시간 40분대(포항~신경주역 이동 시간 포함)로 좁혀졌다. 포항은 KTX 혜택을 입게 됐다며 엄청 흥분했지만 걸리는 시간은 항공기 이용 때와 비슷하다.
그런 포항인데, 서울과의 거리가 1시간 50분으로 줄어들게 됐다. KTX 포항 연결 노선이 생기는 덕분. 그것도 신경주역을 거치지 않고 동대구에서 바로 포항으로 오게 돼 있어 30분 이상 시간 단축이 가능해졌다. 2014년 개통되면 포항은 이제 2시간 이내에 서울 중심부 진입이 가능한, 명실상부한 KTX 수혜 도시가 된다. 우리나라 도시 발전은 KTX 권역인지 아닌지로 결정 나는 국면이고 보면 KTX 연결 노선 신설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부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이런 점에서 KTX 노선 유치에 시동을 건 박승호 시장이나 직행 노선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이상득'이병석 국회의원은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KTX 포항역사가 들어설 흥해에서 8일 열린 기공식은 이들의 공로가 반감돼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40분가량 진행된 기공식은 2명의 국회의원 등 5명의 인사가 발언에 나서 상당한 시간을 국회의원 공치사에 할애했다. 행사를 주관한 철도시설공단도 뙤약볕이 작열하는 속에서 기공식을 축하하러 온 지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지루한 축사나 공치사 대신 지역민들이 자축하며 즐길 수 있는 기공식이었다면 유치에 공이 많은 인사들이 오히려 더 빛나는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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