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7시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무대 뒤편 로비. 이곳은 분장실과 의상실 등이 자리하고 있어 배우와 스태프가 머무는 장소다. 판타지 액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첫 공연을 1시간 앞두고 이곳은 긴장감이 감돈다. 극 중 무림고수인 청심도장 역을 맡은 기자도 분장실로 들어갔다. 분장 선생님이 몇 차례 손을 움직이자 멀쩡한(?) 얼굴이 이내 코믹한 도사로 바뀐다. '분장의 마술'이다. 여기저기서 '픽' 하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의상과 함께 분장까지 하고 나니 제대로 실감이 난다. 불안감에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했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도 공연 앞두고는 입술이 바짝 마른다고 한다.
출연을 1분 정도 남겨두고 무대 뒤편에 섰다. 같이 출연하는 베테랑 배우 백은숙(천지신존 역) 씨가 긴장을 풀라고 웃어보였다. 기분이 묘했다. 생애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다는 것에 감격스러우면서도 혹 실수를 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무대에 오르자 컴컴한 관객석에 관객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얘졌다. 다른 배우들의 대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내 순서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만 떠올랐다. '연회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역할인데도 이렇게 긴장이 되다니….' 연회라 해봐야 몇 분일 텐데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드디어 연회 장면이 끝나고 무대를 내려오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배우로의 첫 데뷔는 그렇게 끝났다. 대사가 없는 엑스트라 역할이었지만 무대에서와 무대 뒤에서의 삶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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