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기수의 작품을 보면 유치환 시인이 읊었던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에서 느끼는 원초적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과 의지가 오버랩된다.
작가의 발언은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위로 굵게 그어진 일획에 담겨 있다. 마치 고승이 큰 붓으로 일합에 내려 그은 듯 거칠면서도, 검붉게 부식된 일획에 오랜 시간 퇴적된 작가정신의 번민과 고행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일획 아래 둥근 달과 희미하게 드러나는 섬은 작가가 추구하는 것이 일상의 피안임을 은유하는 것이 확실하다. 작가가 도달하고자 하는 깨달음이 무엇인지 보다, 그것을 얻고자하는 작가의 의지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단단하게 매듭진 보자기 이미지는 피안에 도달하는 모든 고통과 한계를 스스로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지우고 감추려는 고집을 보여준다. 마치 끝없이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포스처럼 영겁의 고통이 될지라도 자신의 힘으로 한계를 돌파하는 꿈을 버리지 않는 작가의 의지를 상징한다. 그럼, 작가는 도달 불가능한 이상과 스스로의 내면에만 얽매인 불통(不通)의 작가인가? 아니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스테인레스 위로 비치는 자신의 현재를 직시할 것을 가장 먼저 내세운다. 다음으로 현실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각자의 개성이 형형한 정신세계를 곧추세우는 의지를 가질 것을 발언하는 것이다.
리안갤러리 큐레이터 김혜경
▶~7월 2일 리안갤러리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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