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헌법재판관이 "안 봤으니 모르겠다"고 한다면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만 직접 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다"는 발언이다. 일반인도 아니고 헌법을 놓고 판결해야 할 헌법재판관 후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재야 법조계에서 인권 변호사로 명망이 높은 인물이다. 23년간 변호사로만 활동하며 노동운동'국가보안법 변론을 주로 맡는 등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떠나 앞뒤가 맞지 않는 그의 말을 놓고 볼때 재판관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고 헌법재판관 직무에 적격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재판관의 직무는 자기가 직접 보지 못한 사실에 대해 증거와 증언만으로 판단해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조 후보자 말대로라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판결하며 그런 판결이 타당하다고 누가 믿겠는가.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정치적 노선이나 소신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여러차례의 위장전입 등 실정법을 위반한 것도 세상이 모두 그러니 대충 넘어가자.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관 후보로 추천받고도 고사한 이유가 스스로 이런 약점이 걸려서 주저했을 것이지만 최근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정도는 큰 허물이 되지 않는 것을 보고 본인도 이번에 응했을 것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국민들이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보고 비판하는 것은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의 말과 처신이 상식적이지 못하고 무책임해서다. 이런 사람이 헌법재판관이 돼 자기 정치적 견해에 따라 헌법을 흔들어댄다면 헌법의 정신과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국회는 그의 인준을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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