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로컬푸드 바람이 불고 있다. 로컬푸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서고 로컬푸드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사업도 닻을 올렸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을 말한다. 로컬푸드는 생산지에서 소비지로의 이동거리가 짧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고 탄소 배출량도 감축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유통 단계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로컬푸드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지역에서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와 먹을거리 불안이 상존하는 요즘, 로컬푸드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지역에서 태동하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을 취재했다.
◆로컬푸드에 상생의 길 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월서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우리농장터'. 청송군과 청송친환경영농조합'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가 손을 잡고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로컬푸드 직거래 매장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농축산물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것들이다. 농축산물에는 안전 먹을거리를 보증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 유기농'무항생제축산물 마크 등이 붙어 있다. 생산자 실명제를 통해 생산 관리의 투명성도 높였다. '우리농장터'는 주부 등으로 구성된 품질평가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품질을 평가해 함량 미달의 농축산물을 퇴출시켜 소비자 신뢰를 더욱 확보하기 위해서다.
친환경 농축산물이지만 가격도 착하다. 직거래로 유통 단계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농산물 유통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위해서는 산지 유통인'중도매인'도매상'소매상 등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농장터'에서 판매되는 농축산물은 중간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고 생산지에서 바로 매장으로 온다. 유통구조에 낀 거품을 제거하니 가격은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상추의 경우 150g 1팩 가격이 800원으로 시중 평균가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풋고추 1팩도 1천200~1천300원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평균 가격보다 500원 정도 싸다. 특히 청송사과의 경우 5㎏ 가격이 1만원으로 시중보다 3,4배 이상 저렴하다.
강신우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 운영위원장은 "소비자는 싼 가격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적정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로컬푸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농축산물 구입에 사용된 돈은 지역에 남아서 지역 경제를 살찌운다. 또 '우리농장터' 수익금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농업지원, 공익활동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로컬푸드에는 지역민 모두가 공생하는 길이 있다"고 말했다.
◆로컬푸드로 환자를 치료한다
로컬푸드를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힐링(Healing'치유)식품사업'이 전국 최초로 대구에서 시작됐다. 경북의 로컬푸드와 대구의 의료서비스를 하나로 융합한 '힐링식품사업'은 체질'질환'영양상태 등을 고려해 만든 환자 맞춤형 식단을 통해 질병을 개선하고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사업으로 '힐링식품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다. '힐링식품사업단'에는 주관기관인 계명대 산학협력단을 비롯해 대구테크노파크'바이오산업지원센터'경북대 산학협력단'계명대 동산의료원'대구가톨릭대병원'동국대 경주병원'경북대병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힐링식품사업단은 올 3월 당뇨'비만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단을 개발, 동산의료원 별관 1층에 마련된 푸드캠프(닥터쉐프)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4월 말에는 대구가톨릭병원에도 푸드캠프를 오픈했다. 푸드캠프에서 사용되는 식재료는 모두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이다. 이를 환자 특성에 맞게 저염식으로 조리해 제공한다. 푸드캠프에서 제공하는 식단은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건강식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힐링식품사업단은 힐링식품의 치료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임상연구도 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경우 올 11월까지 당뇨, 내년 4월까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힐링식품사업단은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병원에 푸드캠프를 개설하고 당뇨와 비만으로 한정되어 있는 식단도 고혈압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힐링식품사업단은 로컬푸드를 활용한 다양한 건강식품을 개발하기 위해 올 4월 문경시농업기술센터와 협약을 맺었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는 협약체결을 계기로 문경 우수 농특산물인 문경사과'오미자'산채 등을 활용한 힐링푸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명대 힐링식품사업단장인 서영성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힐링식품사업은 지역적'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메디시티 대구를 대표하는 병원들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환자용 식단과 식품을 개발하는 힐링식품사업이 성공하면 지역 농업과 식품가공산업, 의료서비스업의 동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컬푸드는 지역 사랑운동"
경주시는 올해를 로컬푸드 확산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로컬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25개 농가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과 우수농산물을 66개 학교에 급식 재료로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한 경주시는 로컬푸드 저변 확대를 위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회원 가입은 경주시 로컬푸드 브랜드인 '마실맛' 홈페이지(www.masilfood.kr)를 통해 하거나 농업기술센터(054-779-8697)로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경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회원에게는 우수 농산물 정보가 제공된다.
경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학교 급식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수요 확대를 위해 로컬푸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로컬푸드 운동은 향토 사랑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민이 적극적으로 소비하면 지역 농가 뿐 아니라 지역 경제도 활기를 띠게 된다"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지역 로컬푸드 활성화 방안
로컬푸드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로컬푸드는 도시민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고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생태적 가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 타 지역에서는 로컬푸드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원주시의 경우 2014년까지 150억원을 들여 로컬푸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원주시의회는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고 이를 기반으로 원주시가 단계별로 로컬푸드 활성화 지원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달 28일 광주시 광산구는 로컬푸드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구청장·생산자·소비자 등으로 구성된 로컬푸드 정책협의회를 발족했다. 하지만 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다. 지역에서 로컬푸드 운동이 확산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강신우 운영위원장은 지역별 거점 판매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로컬푸드 운동을 활성화 시키려면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매장이 1개뿐인 상황에서는 이용객이 많지 않아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농장터는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쇼핑몰 운영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오프라인 매장이 늘어나는 것이다. 로컬푸드 운동이 시민운동처럼 전개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생산자 또는 운영 주체의 자본력이 약해 매장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로컬푸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학교 급식과 공공기관 등에서 로컬푸드를 우선 소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힘을 합쳐 경북에서 생산된 농축수산물을 대구에서 소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대구경북의 경제가 상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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