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자 개념에서 휴식 즐기는 실거주지로 인식 전환 중"

집을 보는 전문가 견해 들어보니…

시대가 바뀌면서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것은 세대변화에 따른 사고방식의 차이에 기인한 측면도 있고, 등락을 반복하는 부동산 상황에 따른 원인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변화하고 있는 '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분석하고, 전망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권선영 왕비재테크 대표

권 대표는 "이제 '집은 더 이상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집은 가장 먼저 마련해야 하는 재테크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적은 돈이라도 당장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자를 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주식투자의 대가 피터린치 역시 적어도 내 집 마련부터 한 뒤에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권 대표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정보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만큼 차익을 누리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이 때문에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주택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주거의 기능'이라는 본래적인 목적으로 보되, 삶의 가치를 지켜주는 안정 자산의 개념에서 적정한 수준의 '투자'를 하는 쪽이어야 한다는 것. 그는 "부동산이 반드시 오르기 때문에 사라는 것이 아니라 실물자산은 돈의 가치를 지켜갈 수 있는 유일한 재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택붕 대구시건축사회 회장

이 회장은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을 빌려 이야기했다. '주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안도 다다오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고 답했다는 것. 그만큼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미적인 아름다움과 공간의 쾌적함을 추구해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집의 역할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집은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다보니 집을 지을 때도 얼마나 좁은 땅에 많은 집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했던 시대였다. 도시로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거문제를 빠르게 해소하고, 도심이 외곽으로 자꾸 확장돼가는 것을 막으려면 좁은 땅 위에 집을 높이 지어올리는 것만이 방책이었던 것.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흐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회장은 "아직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선뜻 실행에 나서긴 어렵지만 단독'연립'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축 자재 역시 콘크리트 일변도에서 목조나 회반죽 등 자연친화적 소재로 눈을 돌리는 등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전 교수는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인데 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높다보니 사람들이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 평범한 서민들이 안심하고 쉽게 주택을 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는 "주택보유세를 강화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등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현재 꿈틀거리고 있는 '탈아파트' 움직임에 대해서는 "수십년 뒤라면 모를까 당분간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살 때 학군이나 학원밀집 등 교육여건을 워낙 중시하다보니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단지형 아파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전 교수는 "지금까지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여온 곳 역시 교육여건이라는 조건과 맞물려 있었다"며 "이런 성향이 단시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형길 리코C&D 대표

전 대표는 "예전에는 부동산에서 재태크의 개념이라든가 외양적 과시성이 두드러졌지만 최근 2, 3년 동안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실속'합리적 성향으로 확실히 바뀐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가격대나 위치, 크기 등이 나와 맞다면 구매를 결정할 시기"라고 했다.

그는 한동안 급증했던 '전세족'들에 대해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세를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들 역시 내 집 마련을 위한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내 집 마련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집이라는 것이 삶의 기반이 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데다, 자꾸 옮겨다녀야 하는 부담감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이 과거세대와는 다르다고 이야기들 하지만, 이번 삼정 용산 브리티시 분양 사례만 봐도 20, 30대 젊은 수요자가 절반가량 차지하는 등 안정적인 주거 확보에 대한 생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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