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성원전 수명연장 무엇이 문제인가] <3.끝> 불신 부르는 원전 정책

"16개월 설계수명 채우려 2년간 정비?…결국 수명연장 아닌가"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을 하루 앞두고 시운전이 실시된 17일 월성원전 정문 앞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을 하루 앞두고 시운전이 실시된 17일 월성원전 정문 앞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수명연장 논란을 거듭하던 월성원전 1호기는 2년 3개월간의 정비를 끝내고 내년 11월 20일까지 16개월간 잔여 설계수명을 채우기 위해 17일부터 발전을 재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 압력관 교체를 위해 발전 정지했던 월성 1호기에 대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위험 경고'와 불안감 확산에도 불구하고 자체의 계획대로 발전정지→정비→잔여 설계수명 발전재개→수명연장(?) 순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수명연장 논란이 일고 있는 월성 1호기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일본 원전사고가 터졌다.

핵환경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는 "일본 원전사고는 노후원전에 대한 인식이 없던 우리 국민들에게 노후원전에 대한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원전이 청정 에너지라는 인식을 가졌던 지역의 주민들마저도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원전 선진국들은 원전 폐쇄와 신규원전 건설 철폐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원전만 유독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월성 1호기는 캔두형 원전인데, 캔두형은 세계에서도 수명연장의 사례를 찾기 힘든 원전이라는 점 ▷월성 1호기의 발전을 재개했지만 아직 정부가 수명연장을 공식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 ▷또 같은 처지의 고리 1호기 주변주민에 비해 월성 1호기 주변 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하늘과 땅 차이란 점 등이 월성 1호기 주변 주민과 경주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수명연장보다 주민 불안감 해소 우선

경주핵안전연대는 "월성 1호기는 발전에 앞서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높아진 주민 불안감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밀어붙이기식 수명연장 계획은 그동안 원전에 긍정적이었던 일부 단체와 주민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5월 초 일본 원전사고 이후인 3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 조사한 국내원전의 안전점검 결과를 내놨다. 안전점검단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중심이 돼 한 달여간 조사한 뒤 발표한 이 자료는 국내 저명한 학자들의 학술적인 양심에 따라 '수명연장'과 '노후원전' '국내원전이 안고 있는 위험성' 등을 비교적 자세히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각론일 뿐 총론에서는 전력수급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수명연장이 바람직하다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 5쪽 개선목표에는 '설계기준 초과 지진에도 원자로의 안전정지 유지능력 확보'를 내놓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 원전이 지진발생 시 자동정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쿠시마원전이 지진 때 자동정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지만 폭발사고가 난 점과 비교하면 한국원전은 지진 발생에 대한 기초적인 대비조차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보고서 16쪽에는 울진 1, 2호기와 월성 1, 2, 3, 4호기에 격납건물 내부의 수소농도를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소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없다면 후쿠시마와 같은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이 없게 되는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다.

캔두형인 월성 1호기에 대한 위험성도 우리보다 세계적인 핵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자료를 통해 더 잘 나타난다.

그린피스가 2008년 11월 펴낸 자료에는 월성 1호기 모델인 캔두형 원전은 갑자기 반응이 높아지는(급작스런 출력증강)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원자로는 냉각수가 줄어들면 반응속도도 줄어야 하는데, 캔두형은 반응속도가 오히려 빨라진다는 점이다.

그린피스는 두 가지의 의미 깊은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캔두형의 전신인 NRX원자로가 1952년 12월 핵연료봉이 녹아버리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또 캔두형의 할아버지 격인 젠틀리(Gentilly) 1호기도 임계 5년 만인 1977년 이 같은 유사 경우로 문을 닫았다.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동국대 교수)은 "자동차가 사고가 났을 때 브레이크가 작동이 돼야 하는데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꼴이며, 이는 급발진으로 보는 게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한 안전 설명회도 없어

한수원이 2009년 12월 펴낸 '월성 1호기 운영현황 및 향후 가동계획 주민설명회' 책자에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수명연장) 추진 시 '올해 말 월성 1호기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18개월간의 안전성평가 심사를 거쳐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돼 있으며, 인허가 결정 시기를 지난 6월 말로 명기했다.

이 책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수명연장 계획을 마무리짓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슬그머니 사라졌다.

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주민 불신의 골도 깊다. 수명연장을 단행한 고리 1호기 주변지역 지원과 월성 1호기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 형평성 문제도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고리 1호기의 경우 지난 2007년 12월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이 이뤄지면서 지역지원사업 1천960억원과 특별가산금 50억원이 보태져 모두 2천10억원이 지원됐다. 이유는 고리원전 주변이 그린벨트로 오랫동안 주민들이 재산권을 침해당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월성 1호기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은 특별가산금 63억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 사례가 선례가 되자 지난 2008년 1월 산업자원부장관 고시로 수명연장에 따른 가산금 지원을 신규원전 지역으로 법제화해 버렸다.

경주시의회 원전특위 이종근 위원장은 "캔두형인 월성 1호기의 위험성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같은 규모로 지원해도 주민들의 정부 불신을 해소하기 어려운데, 이런 차등 대우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만이 살길이다.

환경운동단체들은 "원전에 쏟아붓는 막대한 재원을 재생가능에너지(지속가능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일본 원전사고 이후 "고령화로 경작하지 않는 농지에다 태양광발전소를 세우면 원전 50기 분의 발전이 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분야 개발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태양광 에너지와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 재생에너지 기업인 한라이앤씨㈜는 최근 정부에 "고속도로 위에 태양에너지 시설을 건설하자"는 제안서를 내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라이앤씨 김범헌 대표이사는 "일본 원전사고 이후 세계 에너지 수급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우 4분의 1 수준인 원전의 발전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올리겠다던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고 원자력 대체 에너지원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로 가장 각광받는 태양광은 햇빛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간단히 설치 가능하고, 한 번 설치해 놓으면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별도의 기계 가동이 없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수명이 최소 20년 이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며 "에너지 효율화를 차근히 준비해 간다면 2030년에는 핵 발전 없이도 충분히 에너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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