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후 주택 '해피하우스 사업' 중단 위기

수도·보일러·전기장치 등 고장난 살림, 부품만 준비하면 무료 수리

8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3동에 사는 한 주민이
8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3동에 사는 한 주민이 '해피하우스' 직원의 도움으로 보일러 수리를 받고 있다.

30년이 넘은 대구 서구 평리3동 단독주택에 사는 이옥자(70'여) 씨는 최근 오래된 집에 사는 불편을 모두 잊고 살고 있다. 그동안은 낡아버린 욕실 기기부터 보일러, 전기장치 등이 수시로 고장이 나 불편을 안고 살았지만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해피하우스' 덕에 시름을 던 것.

이 씨는 "고장 난 욕실 샤워기부터 보일러 고장까지 전화 한 통만 하면 해피하우스에서 당장 달려온다. 수리업체를 불러 고치면 인건비, 수리비 등 10만원이 훌쩍 넘지만 해피하우스는 부품만 준비해두면 무료로 고쳐준다"고 좋아했다. 24년 된 주택에 사는 인근 주민 홍영근(74) 씨도 "지난겨울에 수도가 꽁꽁 얼어서 고생했을 때도 해피하우스 사람들이 와서 다 고쳐줬어. 한 푼이 아쉬운데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야"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 동네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한 해피하우스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내년부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대구 평리3동 등 전국 3곳의 동네를 대상으로 노후 단독주택 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초 약속한 국비(33억원)를 확보하지 못해 시범사업으로 그칠 공산이 커진 것.

대구 서구청에 따르면 해피하우스 사업은 정부가 단독'다가구 주택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평리3동 등 단독 주택이 많은 전국 3곳의 동네를 우선 선정했다. 평리3동에는 현재 6천200여 가구가 둥지를 틀고 있으며, 전체 가구 중 90% 이상이 20년이 넘은 주택에 살고 있다.

원래 국토해양부는 이 사업에 총 2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난해 2월 문을 연 평리3동 해피하우스는 LH공사에서 관리비 명목으로 지원한 1억6천500만원을 가지고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 그러나 국토부는 현재 기획재정부와 해피하우스 예산 22억원을 놓고 협의 중이지만 내년도 예산 반영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노후된 단독주택 밀집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해피하우스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 옳지만 올해에도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선 대구 서구 해피하우스센터장은 "평리3동에는 5층이 넘는 아파트가 한 채도 없을 정도로 오래된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곳이다. 주민들도 '내 집 고쳐주는 천사'로 부르며 호응이 좋은 만큼 사업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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