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치단체장 치적 쌓기보다는 신뢰받는 행정 펴야

박승호 포항시장은 지난 9일 7조 6천억 원 규모의 중국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발전회사와 포항에 화력 및 LNG 복합발전소를 건립하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에다, 기피 시설이기도 한 화력발전소 건설이라면 당연히 국가 차원의 계획이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박 시장은 국가 기본 계획에 반영시키려고 양해각서부터 먼저 맺었다고 밝혔다.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양해각서 체결을 마치 투자가 결정된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포항시는 지난 1월 국제복싱연맹의 국내 대회 운영사와 연고지 협약을 맺고 포항 포세이돈즈라는 복싱팀을 창단했다. 그러나 이 운영사는 포항에서 2번의 대회를 치르며 각종 대금을 치르지 않아 피해 업체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운영사 대표는 포항 연고 복싱팀의 단장이다.

이 문제는 지자체 단체장의 성급한 치적 쌓기가 빚은 결과다. 선거직이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시장이나 시 행정에 대한 홍보는 필요하다. 하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것을 마치 당장 이뤄질 것처럼 장밋빛 내용으로 포장해 발표하거나,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일 처리는 시민을 속이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포항시의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국외 자본이나 기업 유치, 국제대회 개최 때마다 경제 효과 수천억~수조 원, 고용 효과 몇천 명 식으로 발표한다. 결과야 어찌 됐든 거창한 홍보부터 먼저 하는 것이다.

정책은 경과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자치단체장까지 나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래서는 행정을 믿을 수 없다. 자치단체는 단체장의 치적 쌓기보다는 정직한 행정으로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내실부터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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