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그룹 '핑클' 출신 성유리

"나도 이젠 연기자다"

가수 출신 이 여배우에게 이제는 연기력 논란은 뒤따르지 않을 것 같다. '요정'에 심취해 환호작약(歡呼雀躍)하던 팬들은 온전한 배우의 타이틀을 얻어낸 그에게 또 다른 갈채를 보내고 있다.

배우 성유리(30)의 입이 귀에 걸렸다. 최근 끝난 KBS 2TV 수목드라마 '로맨스 타운'에서 가사도우미에서 '신데렐라'가 되는 '노순금'으로 호평받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그룹 '핑클'의 '요정'이었던 그는 2002년 드라마 '나쁜 여자들'로 연기자로 전업했다. 드라마 '천년지애' '황태자의 첫사랑' '눈의 여왕' '쾌도 홍길동' '태양을 삼켜라' 등을 통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10년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유리는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은 작품이 없는데 특히 '로맨스 타운'은 2년 만에 하는 작품이다 보니 더 애착이 갔다"고 했다. 또 "시청자분들이 순금이를 많이 예뻐해 주신 것 같다"며 "어디를 가나 안쓰러웠는지 쓰다듬어 주시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많아 좋았다"고 웃었다.

10년 동안 연기자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는데 예쁜 얼굴만 믿고 뛰어들었다'는 비난도 들었다. 예전에는 억울했지만 지금은 훌훌 털었다.

"어렸을 때는 그런 비난이 억울했죠. 제게 신인 배우들보다 더 강한 비난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억울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그런 질책과 비난이 다 나를 위한 거구나 했어요. 오히려 좀 더 잘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니까요."(웃음)

연기를 향한 생각을 다르게 하니 마음도 편해졌다. 그는 "예전에 내 연기를 보면 잘하려고 연기하는 모습이 컸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냥 순금이다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며 "힘을 빼다 보니 시청자분들도 쉽게 감정이입을 한 것 같더라"고 좋아했다.

성유리는 지금껏 맡았던 캐릭터가 모두 자신과 닮아있다고 했다. "재창조해 낸 캐릭터는 없고, 내 안에 있는 일부분을 꺼내놓는 편"이라는 것.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눈의 여왕'의 '보라'"라며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고 가슴이 먹먹했다. 힘들었던 만큼 애착이 간다"고 했다.

아울러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는 '태양을 삼켜라'의 '수현'이다. "수현은 연기자로서 처음으로 맡게 된 전문직종의 진취적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중후반부가 되면서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캐릭터가 됐죠.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놓아버린 것 같아서 미안해요."

성유리는 10편 남짓 드라마를 하며 배우 강지환(34), 공유(32), 소지섭(34), 장근석(24), 정겨운(29), 차태현(35), 현빈(29) 등과 연기했다. 대부분이 로맨스 작품으로, 연상 혹은 연하의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지금까지 함께한 남자 주인공 캐릭터 중 이상형은 누구였을까.

"일단 '로맨스 타운'의 건우(정겨운)는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너무 유약하잖아요. 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을 믿지 않아요. 매순간 제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어른스러운 사람이 좋아요. '눈의 여왕'의 태웅이(현빈)같이 어른스럽고 진중한 사람이요. 물론 태웅이보다 조금만 더 적극적이면 좋겠어요."(웃음)

당당한 여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는 성유리. 최근에는 또 다른 시도를 했다. 시나리오가 아주 좋은 것은 두말할 필요 없고, 불쌍한 여주인공을 어떻게 연기할까 하는 생각으로 독립영화 '누나'(감독 이원식)에 도전했다. 아직 개봉은 불투명하지만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얼른 보여주고 싶단다.

"'누나'를 찍을 때는 항상 멍이 든 것처럼 분장하고 있었어요. 매 맞는 여성이라서 맨얼굴인 적이 없었다니까요. 정말 인상 깊은 캐릭터예요. 대사도 거의 없고, 한마디 한 마디 절실한 여성이었으니…."

성유리는 선한 이미지 때문인지 이제껏 악역이 없었다. 그는 "확실한 명분이 있다면 마냥 착한 역할보다는 악역이 훨씬 매력이 있을 것 같다"고 악역을 향한 애정을 보였다. "감정이 확실하고 이 사람이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확실하다면 그런 악행들이 미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안쓰러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악역에 도전한다면 스토리가 나와 있지 않고 변수가 많은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네요. 그러면 좀 더 잘할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악역이라기보다는 내면의 본성을 끄집어 낸 영화 '블랙스완'을 꼽는다. "'블랙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해냈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포트만이 저랑 동갑이라던데 더 늦기 전에 정말 그런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물론 그런 역할을 한다면 정말 '도전'이 되겠네요."(웃음)

연기와 함께하며 어느덧 30대가 된 배우 성유리. 이제 사랑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성유리가 사랑에 빠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며 배시시 웃었다.

"'로맨스 타운'의 순금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건우에게 다가가잖아요? 저는 연애할 때 뭐든지 얘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상대가 화낼 만한 구실을 안 만든다고 할까요? 때로는 '그런 것까지 얘기해?'라는 말을 주변에서 할 정도예요. 초반에는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을 좀 하는 것 같지만, 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안 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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