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발명·발견 대사전/로드니 P. 칼라일 지음/심장섭 옮김/책보세 펴냄
인류는 위대한 발명과 발견을 통해 오늘날의 문명을 이룩했다. 채집과 사냥에 의존하던 인간은 경작에 성공한 덕분에 정착과 저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산업혁명으로 생산은 장인의 가내공방을 떠나 대규모 공장으로 이동했고, 소수의 숙련공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수의 비숙련 노동자들로도 가능하게 됐다. 당연히 가격혁명이 일어났고, 대량생산을 통해 부자가 생겨났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발명'발견 대사전'은 인류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꿔 놓은 위대한 발명과 발견을 400여 개 항목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시대별로 나누어 기술함으로써 과학과 기술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을 발견하고, 피우는 데 성공한 이래 인간은 생활방식과 도구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을까.
지은이는 기원전 8천 년부터 기원 339년까지 인류사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발견과 발명으로 불, 작살, 직물, 청동, 움막, 우산, 유리, 가죽 만들기, 거울, 놋쇠, 농업, 동물사육, 맥주, 비단 짜기, 피타고라스 정리, 해상교역의 시작 등을 꼽는다.
340년부터 1599년 사이에는 공성무기, 굴뚝, 기타, 긴 활, 나침반, 대수학, 대포, 말의 등자, 말굽, 총, 화승식 방아쇠 장치, 십진수, 운하의 수문, 의학, 쟁기, 증류주, 지도, 철사, 풍차, 해부학, 활자, 회중시계 등이 인류 역사를 수놓았다.
그런가 하면 1791년부터 1890년 사이 '전기(前期) 산업혁명시대'에는 2행정 내연기관, 4행정 내연기관, 가로대식 신호기, 강철, 강철 케이블 현수교, 석유시추, 엘리베이터, 열역학 법칙, 축음기, 발전기, 재봉틀, 카메라, 타자기, 저온살균법, 전신, 전자기, 전차 등이 인류의 생활을 이전과 확연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1891년부터 1934년까지는 전기(電氣)시대로 2극 진공관, 3극 진공관, 디젤기관, 라디오, 냉동식품, 구축함, 엑스선, 인슐린, 지퍼, 테이프 녹음, 텔레비전, 지하철 등이 등장했고, 원자와 전자시대인 1935년 이후에는 3D영화, 경구 피임약, 광섬유, 플루토늄, 핵폭탄, 헬리콥터, 볼펜, 복사기, 레이저, 유전공학 등이 탄생했다.
책은 발명과 발견에 대한 단순한 소개를 넘어 어떤 항목에 대해서는 과학자의 일기, 동시대인의 발명품에 대한 논평 등을 덧붙임으로써 발명과 발견이 이루어졌던 당시의 분위기도 전한다.
1869년 미국의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에어브레이크(공기 제동기)라는 강력한 브레이크 장치를 발명해 특허를 얻었다. 종전까지는 기관사가 호루라기를 불어 신호하면 열차의 차량마다 배치된 제동수들이 제동용 바퀴를 돌려서 기관차를 멈추게 했다. 열차의 전 차량을 동시에 제동시킬 수 있는 기계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에어브레이크를 발명한 직후 웨스팅하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1866년 내가 타고 가던 열차는 화물열차 두 대가 충돌하는 바람에 지연되었다. 화물차량의 기관사들이 브레이크 장치를 열차의 모든 바퀴에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이런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단두대는 프랑스에서 자코뱅파가 정권을 잡았던 1793년부터 1794년까지 수만 명을 처형시키는 데 쓴 장비였고, 19세기까지 프랑스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도 단두대를 이용해 사형을 집행했다.
결과적으로 단두대는 잔혹함과 공포, 만행의 상징이자 사람의 죽음을 구경거리로 만든 기구가 됐지만, 개발할 당시 의도는 인도적이었다. 종전의 처형방식은 때때로 사형집행인이 실수를 저질러 부정확하게 목을 치는 바람에 여러 번 잔혹하게 칼을 휘둘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도끼로 목을 치는 방식, 고문을 통한 처형 등은 끔찍했다. 의사였던 기요틴은 이런 끔찍한 방식보다 좀 더 인도적이고 확실한 사형집행방식을 생각한 끝에 단두대를 개발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위대한 발명과 발견은 천재 한 사람이 마지막 성과를 도출한 것이지만, 인류의 총체적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을 심화하고, 아이디어를 보탠 것이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인류사의 거대한 기운과 축적된 지식이 발명'발견과 맞물려 새로운 세상을 열어왔다는 것이다.
지은이 로드니 P. 칼라일은 미국 러트거스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미국 메릴랜드 주 역사연구사 수석 연구원이며, '원자시대의 백과사전' '잭 타르:선원생활, 1750∼1910' 등 과학과 기술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썼다. 768쪽, 3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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