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원인 60년 전 아버지 얼굴사진, 도청 공무원이 찾아주다

경상북도 식의약품안전관리과 서연희 씨

"50년 가까이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살아왔는데 빛바랜 사진으로 이제야 마주하게 됐네요. 사진을 찾는 데 성의를 다해준 경북도청 직원에게 감사드립니다"

60년이 지난 옛날 사진을 찾아 준 공무원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경북도 식의약품안전관리과의 서연희 씨.

서 씨는 지난달 26일 전화로 이용사 자격증을 지닌 옛날 아버지(장복조) 사진을 찾아달라는 장재근(48'서구 평리동) 씨의 부탁을 받고 며칠에 걸쳐 문서고를 뒤졌다. 정확한 발급연도를 몰랐고 전산기록에도 없어서 과연 사진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서 씨는 발급 연도를 추정해 10여 년 치의 문서고 자료를 모조리 확인했다. 그렇게 먼지 속에서 3일간을 찾은 끝에 사진을 찾았다. 좋은 화질을 위해 컬러복사를 해 직접 등기우편으로 부쳤다.

서 씨가 부친 우편물은 이달 1일 장 씨에게 도착했다. 거기엔 60여 년 전 청년시절 아버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장 씨는 "사진을 보는 순간 흥분되고 눈물이 났어요. 어머니는 시집 올 무렵 모습의 아버지 사진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면서 눈물을 보이셨습니다"고 했다.

장 씨는 곧바로 사진관으로 달려가 보정을 하고 확대해 출력했다. 명절과 제사 때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서다.

장 씨는 3세 때인 1966년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사진은 장 씨가 초등학생이던 1970년대 초 집에 불이나 모두 타 버린 것.

장 씨는 나이가 들면서 사는 일에 바빠 아버지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할아버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아버지 얼굴조차 모른다는 게 부끄럽고 죄스러워 사진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2년 전부터 장 씨는 부친이 다닌 칠곡 초등학교, 병무청, 돌아가신 대구의료원 등을 찾았지만 아버지의 사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이용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데 착안해 이용협회에 전화했다. 협회 관계자에게서 경상북도 도청에 문의해보라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맘에 도청에 전화를 했던 것.

장 씨는 "자기 일처럼 신경 쓰기가 쉽지 않은데 성심성의껏 도와준 연희 씨가 정말 고맙습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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