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과거 검은 정치자금 진실을 털어놓아야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대선자금으로 3천억 원을 모아 주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기업 사정을 잘 아는 금진호 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통해 각각 1천억 원씩 모아주고 대선 막바지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이 부족하다는 요청을 받고 금 장관을 통해 다시 1천억 원을 보내 주었다'고 했다. 퇴임 때는 청와대 금고 안에 100억 원 이상의 돈을 넣어 두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 당연히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은 법적으로 다투거나 수사할 일은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앞날을 생각할 때 이 돈이 어떻게 조성됐고 실제 어떻게 쓰였는지는 밝힐 필요가 있다. 진실을 알아야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김 전 대통령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회고록 내용을 보고받은 YS는 "그 양반 지금 어떤 상태냐"고 물어왔다고 비서실장은 전한다. 책을 팔기 위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는 반응도 보인다. 대선자금은 당시 당 총재였던 노 전 대통령이 당에 지원한 것이지 YS에게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YS의 차남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도 사실 관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주장은 있으나 진실은 아리송하다.

돈 선거의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정치자금을 둘러싼 의혹과 비리는 아직 우리 정치권의 현재진행형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처음 폭로한 박계동 전 의원은 비자금 수사에서 그 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회고록은 진실이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나 YS는 돈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주고받았으며 어디에 썼는지를 역사 앞에 겸허히 털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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