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낙동강시대] 지류를 찾아서… ⑥내성천<상>

선달산 소백산서 발원…태고의 신비 간직한 경북 북부지역 젖줄

내성천 중상류의 영주시 평은면 영주댐 건설공사 현장, 멀리 문수면 무섬마을이 보이고 있다.
내성천 중상류의 영주시 평은면 영주댐 건설공사 현장, 멀리 문수면 무섬마을이 보이고 있다.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정상인근 내성천 발원지.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정상인근 내성천 발원지.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늦은목이 고개길 옆 옹달샘에 물야면장이 설치한 낙동강 발원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늦은목이 고개길 옆 옹달샘에 물야면장이 설치한 낙동강 발원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내성천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강이다. 인간의 삶과 문명을 잉태해왔다. 경북 북부지역의 젖줄이자, 낙동강의 제일 지류이다.

때로는 평온한 모습으로 때로는 성난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물은 눈이 시리도록 깨끗하다.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발휘하며 변함없이 흘러왔다. 삶의 희'노'애'락이 녹아 있다. 계곡마다 용솟음치는 물줄기는 영남인들의 삶에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하늘에 맞닿은 원시림에서 뿜어낸 물줄기는 실개천과 계곡을 지나 금빛 모래톱이 깔린 내성천으로 모여들어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댐 건설과 도시 개발로 수많은 모래강이 사라진 지금, 옛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낙동강의 북쪽 한 자락이다. 어제도 오늘도 바람에 하늘거리는 여인네의 치맛자락처럼 유유히 흐르고 있다.

◆낙동강 원류의 하나, 내성천

길이 110.69㎞, 유역면적 1천815.28㎢의 내성천은 영주, 문경, 안동, 봉화. 예천 등 3개 시 2개 군 2개 읍 25개 면을 포함한다. 평균 유역 고도는 403.3m. 상부는 가파른 경사지만 중'하류는 완만한 경사를 유지한다.

선달산에서 발원한 생달천은 옥석산 옥돌봉에서 발원한 오전천과 물야 저수지에서 만나 신흥 가계천, 낙화암천, 토일천을 차례로 합류, 봉화읍과 영주시 이산'평은면을 지나 평은면 금광리에서 산악부를 사행한 후 문수면 구문리에서 소백산 비로봉과 국망봉, 연화봉 줄기에서 발원한 남원천과 금계천, 죽계천, 옥대천이 만나 서천을 이루고 하류 약 10㎞ 지점인 문수면 수도리에서 봉화물과 합류 물돌이 마을인 무섬마을을 돌아 예천 옥계천, 석관천, 한천을 흐르는 물줄기와 예천군 풍양면 삼강에서 합류하는 낙동강 서'북편의 원류다.

◆태초의 모습 간직한 발원지

낙동강의 발원지는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해발 1천236m)과 소백산 국망봉(1천420m)이다.

세종실록지리지 제 150편에는 봉화현 북쪽 태백산 황지, 순흥 소백산 중봉, 문경현 북쪽 초점(문경새재)을 낙동강 3대 발원지로 명시하고 있다.

소백산 중봉(죽계천)과 봉화 선달산 발원지(생달천)가 낙동강을 대표하는 발원지의 하나인 셈이다.

▷생달천

선달산 늦은목이 고개가 품은 작은 뿌리샘(해발 800m)에서 시작된다. 늦은목이 고갯길 정상 부근 원시림 사이로 내성천 발원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2008년 이춘연 물야면장이 세운 것으로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태고의 신비감을 전한다.

선달산 정상 부근쪽에 더 긴 물줄기가 하나 더 있다. 두 물줄기는 하나로 뭉쳐 생달천을 만들어낸다. 소나무와 잣나무 사이를 비집고 바위계곡을 지나 오전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전댐 옆 소공원에도 이 곳이 낙동강 발원지임을 알리는 길이 2.5m 높이 1.5m 규모의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내성천 300리 이곳에서 시작되다'란 문구 뒤로 펼쳐진 선달산의 장엄함은 백두대간의 위용을 느끼게 한다.

인근엔 전국 최고의 물맛을 자랑하는 오전약수탕도 있다. 이 약수는 조선 성종 (1469~1494)때 봇짐장수 곽개천이란 사람이 발견한 것으로, 피부병에 효험이 탁월하다. 물야 수식에는 춘양전의 주인공인 이도령(성이성)의 생가인 개서당, 물야 북지리에는 천년고찰 지림사, 봉화읍 유곡리엔 충재 권발 선생의 정자인 석천정도 자리한다.

바위 틈에서 샘솟는 물줄기는 좁은 계곡을 만들며 바위를 휘감아 돌아 내성천으로 흘러간다. 석천정(石泉亭)은 이름처럼 정자 뒤꼍에 바위샘 석천(石泉)이 있고, 아직도 맑은 물이 바위틈에서 샘솟고 있다. 태고적부터 서 있던 바위들은 물결에 닳고 닳아 물결 모양이다. 순백의 물결바위와 낙락장송이 어우러진 석천정은 도심속에 있는 심산유곡이다. 큼직큼직한 징검다리로 내를 건너 석천정 마루에 오르면 맑은 바람소리, 물소리와 함께 묻어오는 솔향기가 싱그럽다.

▷죽계천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원류다. 이수지합(二水之合)의 원리를 품고 문물을 풍성하게 한 물줄기이기도 하다.

국망봉과 비로봉이 잉태한 두 물줄기는 중봉합수에서 만나 죽계천을 이룬다. 풍요의 땅 순흥을 지나 영주 서천으로 흘러든다.

죽계천의 비경은 옛 선현들도 감탄했다. 퇴계 이황은 이 계곡의 구비(9곡)마다 이름을 짓고 그 절경을 노래했다. 1곡은 백운동 취한대, 2곡은 금성반석, 3곡은 백우담, 4곡은 이화동, 5곡은 목욕담, 6곡은 청련동애, 7곡은 용추비폭, 8곡은 금당반석, 9곡은 중봉합류라 하고 죽계구곡이라 명명했다.

죽계수를 사이에 두고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의상대사가 676년에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 초암사, 성혈사가 자리하고 있다.

죽계수는 비운의 역사도 품고 있다. 단종복위 운동 실패로 숨진 많은 사람들의 핏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죽계천은 소백산 연화봉과 비로봉 동편에서 발원한 남원천과 금계천은 영주시 창진동에 있는 서천에서 합류해 내성천을 만들고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남원천과 금계천 역시 태고의 물줄기가 만들어 낸 비경을 자랑한다. 금계천은 기화요초의 숲과 괴암절벽의 기슭을 돌아 정감록 10승지 중 1승지인 금계리 마을을 지나다.

◆금빛 모래밭과 식생

내성천은 국내에서 매우 보기 드문 모래밭이 잘 발달된 사천이다.

낮은 수위와 모래밭으로 인해 독특한 자연경관을 연출한다. 내성천은 상류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하상이 모래로 돼 있어 낙동강에 정화된 맑은 물을 공급한다.

내성천에는 보호수로 느티나무와 왕버들, 회화나무 등 노거수가 분포한다. 하지만 하천을 따라 발달한 왕버들 숲과 보호어종인 흰수마자가 최근 영주댐 건설로 벌채 또는 수몰돼 서식지가 파괴될 우려가 높다.

내성천에 서식하는 포유류는 26종.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이 다수 서식하고 양서파충류는 24종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참개구리, 누룩뱀, 유혈목이, 능구렁이 등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 조류는 112종이다. 내성천은 수위가 낮고 모래밭이 넓게 발달돼 야생동물이 서식하기 좋은 구조다.

어종은 미유기, 수수미꾸리, 다묵장어, 흰수마자 등 8과 23속 29종이며 한국 고유종은 11종이다. 내성천은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흰수마자 서식지다. 내성천의 우점종은 버들치, 갈겨니, 긴몰개 등 3종이고 희소종인 다묵장어도 비교적 출현빈도가 높다.

영주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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