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생활 가전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지만 우리 집 방 한곳을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물건, 가보 같은 존재가 있다.
어머니가 시집을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께 물려받은 재봉틀이 바로 그것이다. 거의 50년은 족히 더 된 것 같다.
흔히 '미싱'이라 부르고 있는 재봉틀은 스윙머신(Sewing Mashine)을 말하는데 스윙(sewing)의 원뜻은 재봉, 바느질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머신(Mashine)은 사전적 의미로 기계, 기계장치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머신'의 발음을 일본식으로 표현하여 '미싱'(mising)으로 부른데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어릴 적 손으로 재봉바퀴를 돌리면서 또 발로 밟으면서 재봉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너무나 쉽게 또 재밌게만 보였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손발 박자가 딱딱 맞아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닌걸 알았다. 요즘 다양한 기능이 있는 재봉틀보다 오히려 잔 고장 하나 없이 한결같이 제몫을 하는걸 보면 기특하기까지 하다. 십 여 년 전 오래토록 쓰려고 리폼을 했는데도 지금은 좌측 서랍장 고리가 다 떨어져 실로 줄을 만들어 놓으셨다. 몇 해 전, 홈패션을 배우려고 하니 괜히 힘들게 요즘 세상에 그냥 사면되지 굳이 만들어 가며 쓰려고 하냐며 말리시던 어머니도 요즘은 내가 만든 자그마한 소품부터 이불까지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신다. 아직도 한 번씩 돋보기를 쓰고 바늘귀를 겨우 끼워 재봉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재봉틀을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맘이다. 언니와 나는 서로가 하겠다고 난리지만 요즘 애들은 겉모습만 보고 이런 구식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버리면 안 되는데 벌써부터 살짝 걱정이 된다.
김선자(대구 수성구 범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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