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 무산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만간 서울시장직을 사퇴해야 함에 따라 당분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야 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대선 불출마와 시장직 연계라는 승부수를 던져 25.7%의 투표율을 얻은 것은 예상밖의 선전이었다.
이 같은 투표율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오 시장이 획득한 25.4%의 지지율보다 높은 수치로 배수진을 친 결과라는 지적이다. 특히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반대 기치를 내걸어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오 시장으로서는 의미있는 선거였다. 한나라당 내 기반이 취약한 입장에서 이제 그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 낸 '보수의 아이콘'으로도 각인되는 성과도 거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라는 정치적 약속을 지켜야 하는 수순에 몰리면서 그는 당분간 정치적 암흑기에 들어서게 됐다는 냉정한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이미 지난 2004년 돌연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 정치활동을 접었다가 2006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1주일 앞두고 깜짝 컴백하면서 최연소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행운을 누렸지만 이번에도 다시 그런 정치적 기회가 그에게 주어지게 될 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 출마설도 없지는 않지만 시장직을 떠나야 하는 그는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자연인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17대 총선 불출마 후 변호사 활동을 재개했던 것처럼. 그가 친정인 한나라당과 제대로 교감을 갖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주민투표 실패까지 이끌면서 한나라당 등 여권을 정치적 위기로 몰고온 것에 대한 책임도 오 시장의 몫이다. 모든 것은 급변하는 정치상황에 달려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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