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 관련 핵심 피의자로 지목돼 온 로비스트 박태규(71) 씨가 28일 출국 4개월여 만에 자진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어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로비를 받은 정치인 명단이 있다는 '리스트설'까지 나오고 있어 박 씨의 진술에 따라 여당이나 야당 어느 쪽이든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야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부실금융관리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가 하면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이 저축은행 관계자들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며 서로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따라서 박 씨가 검찰에서 어떤 내용을 진술하느냐에 따라 그동안 공방을 벌여온 여야 간의 진실게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에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 자금 1천억원을 유치해주고 6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을 받고 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다소 여유 있는 분위기다. 일단 겉으로는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검찰수사가 균형감을 갖고 진행되긴 하겠지만 일정수준 여당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건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정치권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진 박 씨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박 씨가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 씨의 귀국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검찰의 철저한 각본에 의해 사건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씨는 검찰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수사의지를 밝히고 곽 교육감이 해명 기자회견을 연 28일 귀국해 곧바로 대검찰청으로 향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씨에 대한 조사결과 가운데 야당에 불리한 내용만 선별해 검찰이 문제 삼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청와대 출신 법무부 장관 기용을 반대했던 것"이라며 "향후 검찰 수사의 진정성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수긍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법개혁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는 정치권을 상대로 검찰이 유효한 압박카드를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선 그동안 여야의 실세들이 모두 개입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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