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과도 없이 찔끔보상 때우려하다니…" 구미TK케미칼 유족들

"1년 내 가족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회사 일만 한 남편인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이달 27일 7명의 사상자를 낸 구미 공단동 TK케미칼 폭발사고와 관련해 회사 측이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유족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을 태세여서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조금 넘겨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유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고, 사고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TK케미칼 우오현 회장과 소홍석 사장 등 임원진이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사과 한마디 없어 유족 측으로부터 거세게 항의를 받았다.

회사 측은 27일 오후 9시 합동분향소를 차리고, 28일 오후 2시 유족들과 1차 협상을 벌였지만 유족들의 거센 항의만 받은 채 끝났다. 29일 오후 8시 열린 2차 협상도 유족들과 회사 측의 의견 차이로 결렬됐다.

유족들은 "회사 측이 1차 협상 때 산재보험금과 장례비, 위로금(200만원가량)을 제시했다"면서 "회사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집에도 잘 안 들어오고 일만 했는데, 이런 찬밥 대접을 받아서야 어떻게 고인의 명예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한 유족은 "회사 측이 너무 무성의하게 협상에 임하는 등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회사 임원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속시원하게 사고원인을 밝힌 뒤 회사를 위해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유족들은 회사장으로 장례를 치를 것과 사망자별 보상금 및 위로금을 제시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에는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 및 직장 동료들의 발길이 3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은 회사 측의 무성의한 대응과 보상에 섭섭함을 드러내며 입관조차 하지 않는 등 장례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TK케미칼 관계자는 "유족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 "유족들이 흡족해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경찰청과 경북소방본부는 28일 TK케미칼 사고 현장을 찾아 1차 감식을 벌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29일 1차 감식을 했다.

경북경찰청 등은 감식 결과 헵탄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스파크가 발생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만큼 연구소장 등 회사 관계자를 소환해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원인 등은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2차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처벌 대상이나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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