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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손 '포클레인 붓'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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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화가 곽훈 행위예술 '포클레인 드로잉' 첫 시도

31일 오후 4시, 드디어 포클레인의 시동이 걸렸다. 100여 명의 관람객들은 저마다 숨죽여 포클레인을 주시했다. 세계 처음으로 재미(在美) 화가 곽훈의 행위예술 '포클레인 드로잉'(사진)이 펼쳐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수성아트피아 광장에는 흰색 텐트천이 깔려 있고, 이 위를 포클레인 끝에 매달아 놓은 마대포, 즉 밀대로 만든 붓이 지나갔다. 곽 화백은 커다란 통에 미리 준비해놓은 먹물을 찍어 흰색 천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별도 제작한 마대포 안에는 대나무 심지가 있어, 흰 천 위를 제법 힘있게 지나간다. 포클레인 끝에 붓을 달아 천천히 움직이니, 마치 포클레인이 '생각하는 팔'과도 같았다. 땅을 파던 포클레인은 화가와 작품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왜 포클레인일까. "경기도 이천 작업실 주변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요. 포클레인이 움직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니 저 포클레인으로도 스트로크, 즉 획을 그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오랫동안 품어온 생각인데 이제야 실현하게 되네요."

마대포로 만든 붓은 천 위를 거침없이 오갔다. 때때로 먹물을 찍어 좌우, 상하로 움직이며 특유의 획을 그었다. 곽 화백은 포클레인을 작동하며 수시로 관객의 반응을 살폈다. "이게 뭐가 될지 구상하고 시작하면 안 돼요. 직감적이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거죠. 한 번도 실험되지 않은 것이라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 셈이죠."

퍼포먼스는 30여 분 만에 끝났다. 완성된 작품은 수성아트피아 외벽에 걸렸다. 이를 지켜본 미술평론가 임두빈 씨는 "이번 퍼포먼스는 세계 최초로 진행된 것으로, 인간과 기계, 우연과 필연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으며 미술의 지평을 한층 넓혔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영상취재 윤경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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