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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냉전의 시작 알린 이고르 구젠코

1945년 오늘 캐나다 주재 소련대사관 암호담당 직원 이고르 구젠코(1919~1982)가 기밀자료를 들고 소련대사관을 몰래 빠져나와 망명했다. 1991년 소련 붕괴 때까지 46년간 치열하게 전개된 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구젠코가 빼내온 기밀문서 덕분에 미국과 영국은 스탈린의 세계 적화(赤化) 야욕을 알게 됐다.

2차 대전 중 소련군사정보국(GRU)에서 암호 훈련을 받고 1943년부터 캐나다 주재 소련대사관에서 근무했다. 1945년 본국으로 귀환될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망명했다. 소련의 공포정치와 빈궁한 생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가 가져온 기밀자료는 서방 국가를 뒤흔들어 놓았다. 캐다나는 물론 영국과 미국 내에 소련 간첩조직이 광범위하게 암약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고위관리인 앨저 히스와 해리 텍스터 화이트가 소련 간첩이고 핵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와 로젠버그 부부가 핵 기밀을 소련에 빼돌린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구젠코 문서가 시발점이었다. 망명 뒤 TV에 출연해 흰 두건을 쓰고 소련의 음모를 폭로하는 그의 모습은 냉전의 상징이었다. 그의 스토리는 1948년 '철의 장막'이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82년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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