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신기자들 "응원 문화에 감명… 서프라이즈 대구"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27일부터 9일간 열전을 펼친 이번 대회는 대외적으로 한국과 대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세계 각국 취재진들로부터 대회 전반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이탈리아 'RAI' 루카 엔드리지 기자

이탈리아의 국영 방송인 RAI의 루카 엔드리지(Luca Endrizzi'33) 기자는 "신예들이 대거 탄생한 역대 가장 흥미로운(interesting)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2007년 오사카 대회, 2009년 베를린 대회를 모두 취재한 육상 전문 기자인 그는 "예상한 선수가 항상 우승한다면 과연 누가 육상을 재미있게 보겠느냐"며 "신기록도 중요하지만 젊고 우수한 선수들의 등장이 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세계 육상의 미래를 보여준 의미가 큰 대회"라고 설명했다.

대구에 대한 평가도 후했다.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할 정도의 저력을 증명해보였다는 것. 또 관람 문화와 관련, "우사인 볼트가 열광적으로 응원해준 보답으로 관중들에게 자신의 신발을 던진 것은 대단한 사건"이라며 "관중들의 응원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다만 몇몇 운영이 미숙했던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대회 첫 경기였던 여자 마라톤에서 총성이 두 번 울린 것에 대해 "경기 시작 시각이 정해져 있는 만큼 그대로 했다면 출발 총성이 두 번 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방송은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스케줄에 따라 촬영 계획을 세우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1, 2개 종목이 5분 정도 빨리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홋카이도신문' 다카시 구니마사 기자

일본 홋카이도신문의 다카시 구니마사(國政 崇'41) 기자는 "대구시민이 만들어낸 성공적인 대회"라고 봤다. 특히 대구시민들의 관람 태도를 아주 높게 평가했다. 그는 "그저 앉아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박수 유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는 등 즐기는 모습이었다"며 "개인적으로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고 부러워했다.

그는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좋지 않았던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며 "신기록은 적었지만 이변이 많았던 대회였던 만큼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대회 운영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셔틀버스 운영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대부분의 자원봉사자가 열심히 봉사했지만 일부는 '누군가가 하겠지'라는 식으로 대처했다는 것. 또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옆 쇼핑센터 개장 시기를 조율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프랑스 '레퀴프' 파스칼 롱도 기자

프랑스 최대 스포츠 일간지인 '레퀴프'(L'equipe)의 24년 경력 고참인 파스칼 롱도(Pascal Rondeau'49) 기자는 한국의 육상 관람 문화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관중들이 육상 경기 자체를 즐기러 오는 것이 아니라 우사인 볼트 등 스타 선수를 보고 즐기러 온다는 것. 그는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지켜보고 갈채를 보내는 모습에서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 대회에선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3일에도 우사인 볼트의 200m 금메달이 확정되자마자 관람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비판했다.

육상대회라는 특성상 기록 흉작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대회 운영 등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관중이 지루하지 않도록 키스 타임, 댄스 타임 등을 넣어 경기 중간 빈 시간을 메운 것은 다른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좋은 아이디어였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유니버설 스포츠' 알렉스 로어 기자

미국 NBC의 스포츠전문 채널인 '유니버설 스포츠' 방송의 알렉스 로어(Alex Lohr'23) 기자는 이번 대회에 대해 "대단하고 완벽했다"고 호평했다. 특히 대회 기간 내내 관중과 선수들이 즐겁고 행복해 하는 모습에 놀라워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처음 방문한 대구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고 돌아간다고도 했다.

로어 기자는 "대구를 작은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관중석이 가득 차서 정말 놀라웠다"며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며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틈틈이 흥겨운 음악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북돋워주는 등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대회여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디어센터는 완벽했고 대구스타디움은 매우 웅장한데다 새로 지은 경기장처럼 깨끗하게 단장돼 있었다. 선수촌도 깔끔했다"며 "경기장에서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고 말했다.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로어 기자는 "버스 이용 정보를 몰라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매일 택시를 타고 다녔다. 대중교통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아쉬웠다"며 "경기장 근처 쇼핑센터도 일찍 문을 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진'노경석'서광호기자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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