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살예방전화상담 봉사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유가형 시인

26년간 얼굴없이 다정한 말벗…"아픔 함께하며 제 삶도 활력 가득"

유가형 시인(본명: 유귀녀·전 대구작가콜로퀴엄 문학도서관 관장) 이 26년 3천 시간 자살예방 전화상담 자원봉사 및 생명지킴이의 집 활동, 생명사랑방 길 걷기 활동 등 공로를 인정 받아 이달 초 보건복지부장관(진수희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유 시인이 자살예방활동 상담을 시작한 것은 1985년으로 39세 때였다. 남편의 사업을 돕다가 막 전업주부로 돌아왔던 그녀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 무렵 우연히 '생명의 전화 자원봉사자교육 모집 광고'를 접했고, 대구 '생명의 전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26년 세월을 훌쩍 지났다.

'생명의 전화'는 하루 24시간, 365일 자원봉사상담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자원봉사는 본인의 시간과 봉사내용이 맞으면 언제라도 신청하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의 전화상담'에 참여하려면 봉사활동 전에 국제협회에서 인정하는 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수료해야 하고, 본인의 사전 예약신청에 의해서만 활동이 진행된다.

봉사자는 상담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 자원봉사자의 에너지 소진을 예방하고, 성실하고 애정어린 상담을 위해 한 달에 평균 8시간 정도 상담봉사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유가형 시인의 26년, 3천 시간 봉사는 개인의 업적인 동시에 대구생명의 전화 역사이기도 하다. 그녀는 26년 동안 6천여 건의 상담전화를 받았고, 한 건당 평균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26년 전 생명의 전화 1기 교육 수료생이 140여 명이었으나, 현재까지 활동하는 동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말이 쉬워 자원봉사지 여간한 애정과 성실함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상담교육은 내 마음의 치유제가 되었고, 삶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빈부, 학력, 직업 등 이 모든 차이를 떠나 사람은 고귀한 인격체임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지요."

26년 동안'얼굴 없는 다정한 이웃'으로 우리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고 지지하는 따뜻한 생명의 지킴이로 활동했지만 유가형 시인은 2남 2녀의 자녀에 9명의 손주를 둔 65세의 평범한 이웃이다. 그녀의 삶 역시 지나고 보니 평온한 듯 보이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통 어머니들이 그렇듯 유 시인 역시 억척스럽게 삶을 지켜내고, 성실하게 가정을 지키고 이끌었다. 그렇게 가꾸고 지켜온 가정과 가족이 그녀에게는 가장 큰 버팀목이자 힘의 활력소이며, 26년간 봉사활동을 열심히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유 시인은"우여곡절과 눈물나는 사연은 사람살이에 끼여들기 마련인 손님이며, 세상이 원래 따뜻해야하거나 내게 호의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서로 달래고 위로하며 울퉁불퉁하고 힘든 세월을 지혜롭게 이겨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 시인은 이미 안구, 장기, 신체기증 등 서약도 했다. 자신의 정성과 시간으로 생명을 구해온 것처럼, 몸으로 생명을 구하는 일 역시 소중한 실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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