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14일 사직서를 내고 전격 사퇴했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게 이유다.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올 12월까지 3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서 전 구청장이 돌연 사직서를 던진 이유를 두고 여러 의혹들이 구청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구청장 사퇴 시한이 아직 남아 있는데 굳이 이 시점에 물러날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서 전 구청장은 구정 운영 전반에 걸쳐 무소속 구청장의 재량권에 한계를 느낀데다 자신의 총선 출마설이 분분한 상황에서 굳이 사퇴 법정 시한까지 기다릴 수 없어 내년 총선을 위해 사퇴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기 사퇴를 놓고 다른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에 대해 검찰 내사가 시작되면서 구청장직을 사퇴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구청의 한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서 전 구청장이 금품을 받았고 이 과정에 개입된 모 씨가 최근 인사 청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문 당사자로 지목된 모 씨는 "서 전 구청장과 관련된 모든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외부에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 내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최창호 차장검사도 "여러 소문은 들었지만 누구로부터 고발이나 진정이 접수된 적이 없다. 아직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 전 구청장이 자신과 부인의 서예 작품을 직원들에게 팔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경본부 서구지부 한 관계자는 "평소 서예에 관심이 많았던 서 전 구청장이 후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대구 중구 모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작품 일부를 직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구청 직원 10여 명이 작품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측과 의혹에 대해 서 전 구청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음해라고 일축했다. 그는 14일 있은 퇴임식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이마트 비산점 허가 문제와 서부시장 재개발, 도시가스 보급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소속 단체장으로서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 한계를 느꼈다"며 "총선 출마를 결심한 상황에서 빨리 후임자가 구정을 돌보는 것이 서구 주민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인사 청탁이나 서예 작품 판매 등에 관한 소문에 대해 "나도 모르는 낭설이며 그런 일은 결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 전 구청장의 사퇴 결정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그는 근무시간 중 공원 등을 돌면서 유권자들과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 총선용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경본부 서구지부는 지난 4월 성명서를 내고 "서 구청장이 자신의 '얼굴 알리기'에 그치는 단순 축제성 행사에 8천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구청을 선거대책본부로 생각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서 전 서구청장은 대구지역 유일의 무소속 기초단체장으로서 국회의원, 시의원 등 각종 선거에 10차례 도전한 끝에 2008년 보궐선거를 통해 첫 당선됐으며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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