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챔프' 배우 차태현

말을 많이 할까요? 말, 죽여야 하나요?

배우 차태현(35)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편안함을 꼽을 수 있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이미지의 소유자다.

그는 '엽기적인 그녀' '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등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편안하게 소화해 호평 받았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보이기 위해 몸과 마음이 고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 '챔프'(감독 이환경)처럼 몸이 고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쳇말로 "엎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말을 탄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매달려 있는 거예요. 탈 때마다 죽을 고비를 넘기는 거죠. 10번 정도를 타도 늘지 않아서 '할지 말지 빨리 결정해서 알려줘야 다른 배우에게 이 역할이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매니저에게 포기하려는 마음에 전화를 했는데 이미 도장을 찍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교통사고를 당한 뒤 시신경을 다치고 퇴물로 전락한 최다승 기수 승호(차태현)가 기마경찰대로 새로운 삶을 찾지만, 기수의 꿈을 접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최고의 기수에 도전하는 이야기. 승호는 사고로 새끼를 잃고 다리를 다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경주마 '우박이'와 함께 감동의 레이스를 펼친다.

말을 타는 것이 익숙해질 때를 기다리며 말 타는 연습과 훈련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니라 말을 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감'을 잡았다.

"바닷가 촬영을 처음 나갔는데 말은 트인 장소에 나오면 질주 본능이 있어서 컨트롤하기 힘들고 속도도 빨라져요. 준비를 하다 보니 해가 져서 촬영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 감독이 '어차피 못 찍는데 연습이라도 해볼래?'라고 권유했죠. 안 타보면 찝찝할 것 같아 도전한 건데 그 때부터 자신감이 생겼어요."

물론 말을 탈 수 있다는 얘기라며 취미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아무리 말을 타도 익숙해지진 않는다"는 그는 "떨어질까 봐 무섭다"고 난색을 표했다. 또 "말을 타게 된 이후로 자꾸 (장)혁이가 말 타러 가자고 하는데 정말 싫다"고 손사래 쳤다.

차태현은 말 타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음을 감추지 않았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바로 이어진 영화 '헬로우 고스트'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니까요. 결국 '헬로우 고스트' 찍기 전에 10번 정도 타고, 석달 간 영화 촬영한 뒤 다시 승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되는 건데 빨리 잘 타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네요."

차태현은 또다시 말을 타야 할 운명이다. 이번에는 사극이다. 얼음 저장고인 서빙고를 터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룰, 일명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에서 '얼음 전쟁'을 도모하는 리더 덕무를 맡았다. 천재적인 지략과 번뜩이는 순발력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어제 또 말을 타고 와서 다리가 아프다"며 죽는 소리를 했다.

고등학교 동창과 13년 연애를 끝내고 지난 2006년 한 가정의 중심이 된 순정남. 그는 자신이 "절대 나쁜 남편이 아니다"라며 당당하다.

"집안일도 도와주고 아이도 잘 봐줘요. 아내가 '술 많이 마시면서 이렇게 가정적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라니까요. 사실 제가 원래 애들을 예뻐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수찬이가 태어나고 나서 많이 변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조만간 둘째가 태어난다. 좋은지 입이 귀에 걸렸다. 아이들을 연기자로 데뷔시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할까. (연기할) 얼굴이 아니라며 "아마 연기를 엄청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웃어넘겼다.

"기왕이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은 아이들이 잘하는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다른 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 분야의 일이 어떨까 싶어요."

차태현은 결혼 후 관객들과의 공감을 이유로 멜로는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공개연애를 하는 연예인이 멜로를 하면 공감이 안 가더라고요. 예전부터 연기 생활을 하면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혼도 했고, 아이가 있으니 제게 맞는 역할이 좋아요. 다행히 영화 '복면달호' 때부터 멜로와 상관없는 역할들이 들어와 주고 있네요."

함께 출연한 배우 박하선이 감독에게 차태현을 향한 마음이 남다르니 키스신을 넣어달라고 했으나 거절한 에피소드를 제작보고회에서 얘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차태현은 "그 사실은 정말 제작보고회에서 처음 알았다"며 "영화 속에서 미묘하게 서로에게 끌리는 부분은 있지만 상황적으로 키스신이 필요하지 않았고, 멜로 영화가 아니라서 아쉬운 마음은 전혀 없었다"고 웃는다.

"늙지도 않냐"는 질문에 "타고난 동안인 건 인정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차태현. 서른 다섯, 이 배우의 천진난만함이 전하는 또 다른 감동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만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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