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아파트가 이렇게 오를 줄 몰랐습니다. 돌고 도는 것이 집값이네요."
1990년대 대구에서 가장 주거 선호도가 높았던 곳 중 하나인 수성구 지산'범물 지구.
학교와 상가, 관공서 등 생활 편의 시설이 모두 들어서는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지어진 지산'범물 지구는 한동안 대구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수성구 범어동과 황금동, 만촌동에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서 '지산'범물'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특히 2007년 이후 미분양 사태까지 겹치면서 '급매물'이 늘고 가격은 더욱 떨어졌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한때 지산'범물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 동일한 평형의 신규 아파트 가격의 5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며 "부동산 업계에서 지산'범물은 떠나가는 동네란 인식이 강하게 깔려있었다"고 말했다.
◆1년 새 20% 이상 오른 집값
"1년도 안 된 사이 매매 가격이 2천~3천만원 이상 뛰었고 급매물이란 단어도 사라졌습니다."
수성구 지산'범물 아파트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33평 기준 1억3천~1억5천만원 안팎이던 아파트 가격이 최근 들어 최저 가격이 1억5천만원이 됐다. 가격이 많이 오른 아파트는 1억7천~1억8천만원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다.
전세도 수천만원이 뛰어 1억3천~1억5천 사이에 거래되고 있지만 집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범물동 킹 부동산의 이재봉 대표는 "갑자기 가격이 오르면서 집을 구하러 온 매수자들이 깜짝 놀란다"며 "작년까지는 집이 안 팔려 고생을 했지만 요즘은 매도인들이 계속 집값을 올려 부르고 있고 40평형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산'범물뿐 아니라 택지개발 지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이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북구 칠곡 지구와 달서구 상인'대곡 등 1세대 택지개발 지구가 대표적이다.
칠곡 1'2지구의 경우 지난해까지 30평형대 매매가격이 1억2천만원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1억4천~1억5천만원까지 상승했다. 늦게 조성된 3지구는 매매가격이 1억8천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이 지역 부동산 업소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 타 지역은 전세난이 일고 가격이 올라도 항상 조용하던 곳이 칠곡이었다"며 "하지만 제2팔달교와 국우터널이 뚫리고 대구 도심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전세난이 일면 칠곡 지구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월배 지역' 개발에 따른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상대적인 타격을 입었던 달서구 대곡과 상인 지역 아파트도 지난해 이후 상승 탄력이 붙었다.
대곡동 달구벌 공인중개소의 김지영 대표는 "올 상반기 가격이 정점을 찍은 후 여름철이 지나면서 조금은 조용한 상태지만 매물이 크게 없어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아파트=저평가 우량주
지산'범물과 칠곡, 상인동 등 택지 지구 아파트 가격 고공행진 배경은 중소형 전세난과 함께 그동안의 '저평가'에 기반하고 있다.
1세대 택지개발지구는 학군이나 주변 입지 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오래된 단지'란 꼬리표 하나만으로 집값이 추락한 탓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단지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소형 아파트 전세난이 본격화되면서 시작됐다"며 "대구 미분양이 많지만 20'30평형대가 없고 중소형 위주인 1세대 택지지구는 그동안 가격 대비 주거 경쟁력이 낮게 평가돼 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범물동의 2004년 평당 매매 가격은 464만원, 하지만 신규 아파트 분양이 쏟아진 2006년에는 450만원, 2009년에는 438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445만원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뒤 9월 현재는 493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북구 국우동도 2006년 평당 414만원에서 2009년에는 374만으로 추락했지만 지난해 464만원에서 현재는 500만원대로 올라섰다.
특히 4차 순환선 및 도시철도 3호선 개통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범물과 상인동을 잇는 4차 순환선이 완공되면 두 지역의 교통 접근성은 더욱 좋아지게 되며 칠곡은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되면 도시철도 1'2호선 이용이 가능해진다.
한편, 투기(?) 세력 유입도 노후 아파트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1세대 택지 지역에 대해 시세 차익을 노린 외지 투자자들이 지난해 가을 이후 집중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며 "1990년대 조성된 택지 지역은 모두 투기 세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1세대 택지지구 아파트의 높아진 몸값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 부족으로 중소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은데다 신규 분양가 대비 이들 지역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리코 C&D 전형길 대표는 "미분양이 많지만 중소형은 없고 신규 공급 물량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20~30평형대로의 수요자 유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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