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들 승소하고도 판결내용 조차 몰랐다"

K2 동구·북구 지연이자 협상 새 국면…최 변호사측 "지연이자 170억

대구 북구지역 K2 소음 피해 소송에서 소송 대리인이 챙긴 지연이자가 당초 100억 원이 아닌 170억 원이 넘었다(본지 20일 4면 보도)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민들은 '소송에 이기고도 소송내용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실상 공개를 꺼리는 변호사에 대한 대응과는 별도로 "국방부가 판결문과 지연이자 규모를 정확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북구 소송 대리인 "대구 방문하겠다"

지연이자 규모가 추가로 70억 원이 더 밝혀지자 북구 주민들은 "소송 대리인이 우리를 속였다"며 격앙된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소송 대리인인 최모 변호사(동구 사건과 다른 인물) 측 관계자가 20일 오후 급히 대구를 방문해 이차수 북구의회 의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지연이자 규모가 170억 원이 넘는 줄 정말 몰랐다. 최 변호사와 논의한 뒤 대구를 다시 방문하겠다"며 추가로 밝혀진 70억 원의 지연이자에 대한 반환 협상에 응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이날 오전 "주민들과 맺은 약정서에 지연이자를 변호사 몫으로 명시하지 않았느냐"며 반환 협상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서 한 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장은 "추가로 확인된 70억 원 가운데 승소사례금(16.5%)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주민들에게 모두 반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판결문 받은 주민들 한 명도 없다

주민들은 "애초 지연이자를 왜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느냐"며 화살을 국방부에 돌리고 있다. 국방부가 지연이자 규모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하기는커녕 숨기기에 급급했기 때문.

동구와 북구 주민들이 지연이자를 두고 소송 대리인과 갈등을 빚으며, 지역 내에서도 분열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서인 국방부는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지연이자 규모를 공개하라는 지역의 여론에도 국방부는 한 번도 스스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이차수 북구의회 의장은 "가장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국방부가 지금껏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 주민들도 "국방부 앞에 가서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주민과 소송 대리인 간 갈등의 뒤에 숨어서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후 판결문을 받아본 주민들은 한 명도 없다. 동구와 북구 주민 모두 소송 대리인을 통해 "소송에서 이겼고,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얘기만 전해들었다.

정확한 배상금 규모와 인원 등도 언론을 통해 전해듣는 실정이다. 또 지연이자가 이 정도 큰 규모라는 사실이 본지에 처음 보도(9월6일 4면)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소송이 끝난 뒤 결과와 경과에 대해 소송 대리인의 설명도 없었다"며 "지연이자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부랴부랴 대구를 찾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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