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공군기지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 소송 대리인인 최종민(45) 변호사는 최근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를 받았다. 이기기 어렵다는 군 상대 소송에서 '승리한 변호사'라는 칭찬은 주민 몫으로 가야할 지연이자를 혼자 챙긴 '파렴치한 변호사'라는 낙인으로 바뀌었다. 동구 주민들은 280억원이 넘는 지연이자를 혼자 챙긴 부도덕한 변호사이며,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까지 비난하고 있다.
그런 그가 21일 언론에 처음 입을 열었다.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최 변호사는 "마음고생이 심하다. 두 달 새 5㎏이 빠졌다.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2002년 군산 미군비행장 소음 소송을 시작했고 2004년 우연하게 대구 동구의 소송을 맡게 됐다. 당시 소송을 의뢰한 최종탁 씨는 '주민들에게 승소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달라'고 부탁을 했고, 승소에 따른 보수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자는 일일이 드리지 않는다'고 얘기했고, 나중에 수임료를 20%에서 15%로 낮추는 과정에서 약정서에 지연이자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명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동구의회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없고 ▷승소해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주민 간 위화감 조성 ▷의회 차원의 대책 마련 등을 이유로 소송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처음 의뢰한 주민만 8만5천 명이어서 경제적 부담도 크고, 감당도 안 될 것 같아서 서울의 로펌과 개인 변호사에게 함께 하자고 했지만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는 "8만5천명의 서류만 정리하는 데 8개월이 걸릴 정도로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착수금을 받지 않으면 적정한 보수라는 것이 없어요. 인지대 등 막대한 소송 비용이 들어갔고, 돈이 없어 친구와 동생 등에게 돈을 빌리는 등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습니다. 소송이 끝나고 나니까 30억원의 빚을 졌더군요."
그는 "나도 지연이자가 이렇게 많은 금액이 될 줄 정말 몰랐다"며 "협상에 대한 입장표명을 빨리했어야 하는 데 조금 늦은 점은 제 불찰이다. 하지만 동구 주민 어느 누구도 대표성을 가지고 연락을 한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금액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비상대책위가 꾸려졌다고 하니까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 가족들도 힘들게 승소했는데 왜 도둑놈 소리를 듣게 됐느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어느 선에서 합의하자고 말하기가 그렇다. 비대위와 원만하게 얘기하고 싶다"며 "20일 대구를 방문하기 전에는 주민들에게 몰매 맞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최 변호사는 "현재 2차 소송이 진행 중이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판결이 난다. 대구 시민들과의 인연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최 변호사는 충남 보령이 고향이며, 대전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를 나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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