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군대'.
병사들은 오합지졸에 장군은 흐리멍텅, 군기는 얼빠지고, 무기 체계는 장난감 딱총 수준인 군대, 군복 겉에 매단 훈장들은 번쩍번쩍 요란한데 속은 수수깡 같은 속 빈 군대를 빗댄 말이다. 왜 허수아비 같은 군대를 굳이 당나라 군대라 부르게 됐는지 어원(語原)은 제각각이다. 일본이 청일전쟁, 만주사변을 치르면서 덩치 큰 중국군을 깨보고 나서 '군대 같잖은 군대'로 비하해 썼다는 설도 있다. 비어 있는 가짜라는 뜻의 '가라'(唐도 일본 발음은 '가라'다)를 붙여 '가라(唐) 군대' 즉 '당나라 군대'로 불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핀다면 화약을 군사적으로 가장 먼저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 당나라 말기였고 이후 화포(火砲), 화전(火箭), 화창(火槍) 등 무기가 나왔으니 세계 최초의 화약 무기를 시도한 당나라 군대를 가라 군대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분분한 설(說)이야 어쨌거나 '당나라 군대'는 기합 빠진 수수깡 딱총 부대라는 의미로 굳어져 버렸다.
지난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를 보면서 우리 국군이 당나라 군대가 돼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강군(强軍)의 요체는 '3기'로 집약된다. 무기, 사기, 군기다. 국감에서 폭로된 3기의 실태를 놓고 60만 국군이 '당나라 군대'가 돼 가는지 아닌지 짚어 보자. 드러난 자료들은 국감이 아니었더라면 장군들 서랍 속에서 계속 잠자고 있었을 비밀들이다.
첫째 무기와 군 장비부터 보자. 예비군 100명 중 37명은 전쟁이 나도 헬멧도 없이 김정일의 인민해방군과 맞서야 한다. 보유율 70%가 넘는 장비는 허리띠(100%)와 야전삽(74%), 물통(71%)이 고작이란다. 방독면은 수요 대비 보유량이 46%다. 독가스 공격을 받으면 예비군의 절반 이상은 숨도 제대로 못 쉬어보고 쓰러져야 한다. 특전예비군에겐 60년 전 중공군을 향해 쏘던 구식 카빈총을 쥐여준다(40%). '차라리 활이나 창을 쥐여줘라'며 꼬집는 젊은 네티즌들 보기 부끄럽다.
K-9 자주포를 움직이는 컴퓨터 시스템은 386, 486급 도스(DOS) 컴퓨터에 K1, A1 전차 사격 지원 계산 체계는 아날로그 방식인 32비트짜리 컴퓨터란다. 초딩 꼬마들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나라에서 탱크는 아날로그 32비트짜리로 사격 거리와 각도를 계산한다. 이게 당나라 군대 아니고 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군기의 90%는 독도 상공에서 30분 이상 작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고 최신예란 국산 잠수함은 볼트가 100여 개씩 부러지고 풀려서 운항이 중단된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139회란다. 국방부, 합참, 계룡대 등 군 심장부가 북한의 전자기 펄스(EMP) 공격에 무방비란 보고도 있다. 말문이 막힌다.
군기는 어떤가. 이등병이 병장 보고 '어이! 아저씨'라고 불러 국감장 논란거리가 된 세상이다. 여군 보고는 '어이! 아줌마'라고 해야 할 판이다. 군부대 내의 마약 사범도 2배 이상 늘어났다. 전'현직 군 고위 장교의 군사기밀 유출 사례는 꼬리를 물었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병사들의 군대 의료 체계는 사기와 맞물린다. 뇌수막염 환자에게 두통약인 타이레놀 몇 알 주고 방치했다가 숨지게 하는 군대라면 더 입 댈 것도 없다. 선진국은 국방의대나 국방의학원을 따로 만들어 군 전문 의사를 양산, 장기 근속으로 사병 건강을 챙긴다. 우리는 정치권에서 거꾸로 그런 제도를 막는다. 연예인 사병 중엔 휴가를 1년에 150일씩 받아 '가라' 복무를 한다. 일반 사병들 사기가 어떨 것인가. 부분적 허점을 두고 침소봉대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해야 당나라 군대가 안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행동해 달라는 고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주 대구 2군사령부 국감장엔 국회의원 70%가 불참하고 그나마도 국감엔 75분, 식사시간에는 45분을 썼다. 나라 군대가 당나라 군대가 되든 말든 나 몰라란 식이다. 그러고도 서울시장 선거 싸움 같은 덴 머리 싸매고 열공한다. 국방이 꺾이면 서울시청 베란다에 북한 인공기(旗)가 펄럭일 판인데 말이다. 이게 다 10년 좌파정권에서 심었던 국군 약화, 안보의식 마비 전술의 씨앗이 서서히 '당나라 군대'라는 독버섯으로 피어나기 시작한 징조다. 무기 사야 할 세금은 지난 정권 때 고삐 풀어준 저축은행 사기꾼들 빚 갚아주느라 펑펑 새고 있고, 그 정권에 뿌리를 둔 가면 쓴 친북좌파 인물들은 선거판을 휘저으며 여론을 홀리고 있다. 대한민국, 정말 당나라가 돼간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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