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아빠가 따준 홍시

공항에 근무하시는 아빠는 종손이시지만 회사 일 때문에 매년 쓸쓸히 대구에서 홀로 명절을 보내신다. 항상 명절 때마다 '아빠가 우리와 함께 울진에 가셨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5년 전 추석은 내 생애 처음으로 아빠와 함께 추석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도 결혼 후 처음으로 아빠와 같이 추석을 보낸다고 좋아하셨다. 할머니댁에 도착한 우리는 아빠가 곁에 계셔서 그런지 마음이 든든했다.

아빠는 우리 삼남매와 시골 이곳저곳 다니면서 아빠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셨다. 키가 큰 밤나무를 보시곤 "이 밤나무는 아빠가 어렸을 때 날다람쥐처럼 타고 다녔어"라며 나무 오르는 흉내도 내시고 발로 밤송이를 까는 법도 알려주셨다. 우리들은 이미 다 커버려서 밤 줍는 방법쯤은 알고 있었지만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좋아서 마치 처음해보는 것 마냥 따라하며 좋아했다.

장대로 홍시를 땄는데 장대가 너무 길고 무거워서 내가 따려고 했던 홍시는 땅에 툭 떨어져 다 터져버렸다. 그런데 아빠는 장대를 올렸다하면 홍시 두세 개씩 너끈히 따셨다. 우리는 감나무 아래서 "아빠, 오른쪽에 있는 것 아니 더 더 그 옆에"라면서 아빠가 따준 홍시를 받아먹으며 아빠의 솜씨에 감탄했다. 결국 우리 삼남매는 감나무 한 그루 홍시를 다 따먹고 말았다.

이 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그 때의 일을 떠올리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번 가을에 우리 다섯 가족 함께 시골로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빠엄마 손을 잡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도 구경하고 아빠가 따준 홍시도 먹고 싶다.

이윤정(대구 북구 대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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