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노벨평화상 금지당한 오시에츠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는 중국 정부의 출국 금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런 사태는 75년 전 독일에서 최초로 일어났다. 그 주인공은 언론인이자 작가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이다.

1889년 오늘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골수 반전주의자요 평화주의자였다. '세계무대'라는 잡지를 통해 '반독일적' 글로 필명을 날리며 보수파의 '공공의 적'이 됐다. 험난한 인생일 수밖에 없었다. 1931년 독일이 베르사유 조약을 어기고 군비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독일 공군이 소련에서 비밀리에 비행 훈련을 하고 있음을 폭로해 반역 및 간첩죄로 옥살이를 했다. 히틀러 집권 후에는 반(反)나치투쟁을 벌이다 게슈타포에 체포돼 에스터베겐 강제수용소에 갇혔다.

1935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히틀러는 이를 독일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모든 독일인의 노벨상 수상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1938년 리하르트 쿤(화학상), 1939년 아돌프 부테난트(화학상), 게르하르트 도마크(생리의학상) 등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강제수용소 수감 중 결핵이 악화돼 1938년 옥사(獄死)했다. 국제인권연맹은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 1962년부터 매년 세계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고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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