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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어울림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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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축제를 통해 지역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은 물론, 특산물을 홍보하는 등의 또 다른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직장이나 학교 동문회, 그리고 향우회 등 각종 모임에서는 구성원들의 대화합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한마당 축제를 벌이고 있다.

각처에서 펼쳐지는 축제 모습을 보면서 '어울림'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다. '어울림'은 '함께 어울려 놀다. 서로 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자연스럽게 되다'의 뜻을 가진 자동사(自動詞)인 '어울리다'의 명사형(名詞形)이다. 국어사전에는 '어울림'에 대한 뜻이 여러 개 나온다. 그중에서도 '대립이나 어긋남이 없이 서로 잘 어울림. 균형이 잘 잡힘'이란 말이 눈에 더욱 들어온다.

사실, 사전적인 말뜻보다도 그 말을 소리 내어 보면 입안에서 '어울림'이란 세 음절(音節)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듯한 느낌이 푸근해서 훨씬 좋다. 그래서 어울림이란 말은 그 뜻과 아울러 말하기도 좋고, 듣기도 한결 좋은 것이다.

우리의 생활현장과 그 주변에는 여러 모습의 어울림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음악에서의 화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 특히 합창은 여러 사람이 내는 소리의 어울림 즉 화음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각각의 성부(聲部)가 어우러져서 듣는 이의 영혼을 울려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울림이란 주제로 이런 동시를 쓴 적이 있다. '숲 속 마을 풀벌레들이/ 저마다 목청껏 소리, 소리 지르면/ 누가/ 그걸 곱게 들을까.// 밥솥 안에서/ 쌀, 보리쌀, 콩, 조…, 잡곡들이/ 모두모두 제 잘났다/ 고개 들면/ 밥숟갈 위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는/ 잡곡밥// 누가/먹음직스런 밥이라/ 맛있게 먹을까.// 풀벌레들은/ 제 목소리 조금씩 낮춰/ 잘 어우러지게/ 한데 모으고// 한 솥 안의 잡곡들은/ 흩어지지 않게/ 서로서로 어깨를 겯고/ 한데 어울릴 때// 아름다운 합창이 되지/ 냠냠 쩝쩝// 맛있는 잡곡밥이 되지.'(권영세 동시 '한데 어울리기' 전문)

한데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를 죽이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제 잘났다고 고개 들면 결국 불협화음이 되어 조화가 깨지기 마련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나눔의 미덕을 보일 때 대립이나 어긋남이 없이 서로 잘 어울리는 균형 잡힌 사회가 되는 것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 가을꽃이 만발한 오색 들판과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변해가는 아름다운 가을 산을 바라보자. 풀, 나무들이 제각각의 빛깔로 한데 어우러져서 고운 자태를 뽐내며 우리의 발길을 유혹하는 그것 또한, 어울림의 미덕이 아닐까. 권 영 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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