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풍성한 도토리 열매를 따는 정겨운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된다. 도토리는 다람쥐만 즐기는 음식이 아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쌉싸름하고 고소한 맛이 있는 도토리묵을 좋아한다. '도토리 키재기' '개밥에 도토리'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 문화와 친근한 먹거리 중 하나다. 탱글탱글 말캉말캉 씹히는 질감도 독특하다.
사실 도토리묵은 옛날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품이었다. 흉년에 유민들이 산속 도토리를 가루내어 맑게 거른 후 묵을 쑤어 먹었던 것. 하지만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도토리가 '설사와 이질을 낫게 하고 장위를 든든하게 하며 몸에 살을 오르게 한다'고 했다. 중금속 해독 등의 효능이 있는 대표적인 웰빙음식인 것. 특히 떫은맛을 내는 탄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으며 아콘산 성분은 중금속과 유해물질을 배출시켜 준다.
이 도토리묵은 그냥 썰어 양념장에 찍어먹어도 맛있지만 그중 일품은 묵밥으로 만들어 즐기는 것이다. 묵을 채썰어 갖은 양념을 하고 육수를 부어 밥을 말아먹는 것이 바로 묵밥이다. 흔히 '묵사발'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워낙 천대받는 음식이다 보니 그 허물허물 쉽게 부서지는 모양새를 가리켜 오죽하면 '묵사발이 됐다'고 표현했겠냐만은 요즘은 웰빙식으로 각광받으면서 도심 외곽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묵사발'이라는 묵요리집 간판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도토리묵밥
▷재료: 밥 4공기, 도토리묵 1모, 김치 1컵, 달걀 1개 지단, 구운 김, 오이(데친 부추), 멸치육수 3컵
▷양념장: 국간장 2, 진간장 1, 다진파 1, 고춧가루 1/3, 깨소금 1, 참기름
▷만들기
1.도토리묵은 채를 썬다.
2.김치는 속을 털어낸 뒤 송송 썰고 참기름, 설탕, 깨소금으로 무친다.
3.달걀은 지단을 부쳐 채를 썬다. 김은 구워 부순다.
4.오이는 곱게 채를 썬다.
5.멸치육수를 준비한 뒤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6.국그릇에 (밥을 담고) 묵을 담고 그 위에 준비한 고명을 놓고 육수를 담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도움말'김다미 요리전문가(대백프라자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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