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은 사시사철 즐기는 음식이지만, 요즘이 딱 제철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에는 칼슘이 듬뿍 들어 있어 보신용으로도 좋다. 추어탕 속에는 마치 볏짚 냄새 같은 구수한 고향 냄새가 배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초등학교 친구처럼 만만하고 편안하다. 달성군청 신성진 사회복지과장이 점심시간 10분 전 직원들에게 "오늘 추어탕 한 그릇 어때?"라고 제의하면 모두 대환영이다. 현풍 할매 추어탕 남기환 할머니의 손맛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준비한 국이 떨어지면 그날은 더는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현풍 할매 추어탕은 달성군 논공읍 달성산업단지에 있다. 하루에 미꾸라지 1관을 끓인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아 준비한 추어탕이 다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현풍 할매 추어탕' 주인 남기환(64) 할머니의 추어탕 인생은 30년이 넘는다. '현풍 추어탕'에서 15년 동안 주방 일을 했다. 그 후 현풍 추어탕이 인근으로 옮기자, 논공으로 와 홀로서기를 했다. '현풍 할매 추어탕'의 역사도 벌써 14년이나 됐다.
딸 박영옥(41) 씨가 남 할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30년 넘게 추어탕과 함께한 남 할머니는 '맛의 달인'이 됐다. 추어탕 맛의 비결에 대해 "좋은 원료와 손끝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이라고 말한다.
남 할머니표 추어탕은 엄격한 재료 선택부터 시작한다. 한결같이 '단배추'만 쓴다. 미꾸라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다. 고추 마늘 등 양념 재료는 모두 최고품을 선택한다. 추어를 푹 삶은 후 채에 밭쳐 일일이 손으로 훑어서 뼈를 걸러낸다. 남 할머니만의 손맛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상차림이 시작된다. 콩자반, 멸치조림, 콩비지, 물김치 맛은 맛깔스럽다.
달성군 이우순 부군수는 추어탕 마니아다. "물고기 중 이보다 더 깊고 은근한 맛을 내는 것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뚝배기에 추어탕이 한가득 담겨 나온다. 음식의 맛은 눈과 코가 먼저 보는 법. 김이 술술 나는 뚝배기에서 토속적인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한다.
다진 마늘과 채 썬 풋고추로 간을 맞춘 후 국물 맛을 본다. 비린내가 없다. 약간 칼칼하면서도 짜지 않고 입안에 착 감기는 진국이다. 정통 추어탕의 기품이 느껴진다. 서정길 주민지원국장은 "오랫동안 먹어 왔지만, 언제나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음식"이라고 극찬한다.
뜨끈한 추어탕에 밥을 푹 말아서 훌~훌 떠먹는 맛도 별미다. 신성진 사회복지과장은 "남 할머니 손맛의 비결은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옛 방식 그대로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이경화 드림스타트 담당은 "마치 어릴 때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라며 "물김치도 특별한 맛"이라고 추천한다. 신후남 아동보육담당도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내면서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다.
권혁태 장애인담당은 "할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해 오랜 단골이 됐다"며 "언제 먹어도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고종선 노인복지 담당은 퇴근 때 포장주문할 정도로 추어탕 마니아다. "맛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아 온 가족이 즐긴다"고 말한다.
독특한 맛에 이끌려 먹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 뚝딱이다. 입안이 깔끔하다. '음식 맛은 정성'이라는 남 할머니만의 손맛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메뉴는 추어탕 7천원, 추어튀김 1만5천원(중), 2만원(대) 두 가지뿐이다. 포장도 해준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추천메뉴-추어 튀김
바삭하고 고소한 맛 '추어의 유혹'
노릇한 모습의 추어 튀김이 유혹한다. 한 입 먹는 순간, 바삭하고 고소한 그 맛에 빠져 헤어나기 쉽지 않다. 현풍 할매 추어탕의 추어 튀김은 6~7㎝ 크기의 통통한 것만 선택한다. 남기환 할머니는 "한눈에 척 보면 맛있는 미꾸라지를 구별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약간 두툼하게 옷을 입혀 바삭한 맛이 더욱 강하다. 주당들의 안줏거리로는 최고다. 본초강목에도 '미꾸라지는 배를 덥히고 원기를 북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정기를 보해 발기불능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어서일까? 항상 인기다.
이홍섭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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